내버려두어라
병든 장미에는 약이 없다고,
캐서 태워버려야 다른 장미에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그래서 작년에 일단 베었는데,
그냥 두자던 내자는 섭섭하다고 얼굴을 풀지 않았다.
가꾸는 사람은 난데...
(쟁반 사이즈)
그 장미--캐지 못했던--가 올해 자라 꽃을 피웠다.
물론, 꽃잎에 버짐 같은 게 번지고
잎은 누렇게 되겠지만,
꽃송이는 참 크다.
어떡하지?
병든 것도 내버려두나...
“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버리지 아니하며”!
또... 그러지 않던가,
병듦에서 더욱 진실에 가까이 이른다고.
‘병든 진실’이란 뜻이 아니고,
분요(紛擾)의 거품을 거두어내면 속살이 보인다는.
내버려두거라.
살아있는 동안은 돌봐주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