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1)

관계를 맺었고
키웠고
길들인
뜰 안의 장미를 사랑한다고

 

지나온 들길 산길에 핀 꽃들은
그냥 지나쳐야 되는 건지

 

허리 굽혀 쳐다보며
“아이 예뻐라”한 줄은 알지만
“접사(接寫) 피사체(被寫體)로
택함 받은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라”
그러고 떠나면 되냐고

 

밟지 않고 꺾지 않은 것이
그 연하고 여린 것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전부냐고

 

들어온 작은 손 놓으면서 그랬지
천수관세음(千手觀世音) 보살도 아닌데
어떻게 그 손들 다 잡아줄 수 있냐고

 

다 책임져야 하는 것 아냐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지 그랬어
시들기 전에 그 곁에 좀더 머물러주고

 

 

 

                        

 

 

        


                                                                        (Elvira Madigan과  Sixteen Sparre가 쓰러진 자리 Neorreskov 숲에 돌을 남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