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2)

 
가끔 소식은 전하지만
아무 내용도 없는 쪽지. 
틈새가 넓어지면 범죄가 깃들일지 모른다는
지나친 몸조심.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모든 사랑은 무죄이다”라고 하더라마는.
(뭐, 제가 헌법재판소 소장도 아니고,
‘관습법’에도 어긋나니까,
무슨 권위와 효력은 없는 발언이지만.)

 

돌연 공격에 당하고 마는 무방비,
그게 사랑 아닐까? 
허물어짐의 영성. 
알려질까 조심하면서도
알아주었으면 싶어 안달하는 눈길을
부끄럽지 않도록 받아줌,
그건 복무 규정에 어긋나는 짓일까?

 

범죄하지 않도록 노력했고,
노력했기 때문에 실제로 범죄하지 않은 줄 아는 사람,
걔들이 바리새인 아니냐고?

 

그런데 말야,
옥합(玉盒)을 들고 온 여인의 등장을 알릴 때에,
복음서 기자는 꼭 “행실이 나쁜 여자(a woman who had a sinful life)”(눅 7:37)로
소개해야만 했을까? 

 

이런 반전(反轉)을 위해서?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