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in a name?
장미과 장미속으로 분류되니까 그냥 ‘장미’라고 불러도 되겠는데,
오랜 피가름 끝에 크고 잘 뻗었고 강렬하고 향기 나는 것들로 태어난
hybrid tea나 floribunda들은 뜰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굉장치도 않은 이름들을 각자 얻게 되었다.
해당화나 찔레는 모래밭이나 들판에 남고.
예배당 가는 길 곁에 피어있는 꽃,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정지용의 ‘향수’) 것인데,
야단스럽지 않은 자태와 없는 듯이 미미한 향내가 맘에 든다.
최근에 개량되어 이렇다 할 이름을 얻지도 않았고,
그냥 ‘들장미’라고도 하고,
정말 모르는 사람에게는 ‘해당화(海棠花)’라고 뻥치는데,
(그렇게 부르고 싶은 걸...)
이름은 아무려면 어때?
이 뜨거운 땅에서 물주지 않아도 죽는시늉 안 하고,
진딧물이 끼지 않아서 좋다.
상관 않고 서로 살면 고맙구먼.
너무 손이 가는 것들은 예쁘더라도 곁에 두기가 싫다.
((‘작은 왕자’ 정도의 기운이라도 있어야
변덕스러운 꽃을 지킬 수 있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