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가고 싶다
쓸 게 없어도 일어나 보면 안마당엔 싸리비 자국이 찍혀 있었다.
대청에서 한 잠 자려면 처마 밑에 둥지 튼 제비 소리가 시끄러웠다.
툇마루에 앉아 해 넘어가기 전 잠깐 잔 볕을 즐길 때에는
파리들도 흙벽에 앉아 가만히들 있었다.
머리 위에 노래기가 떨어지기도 하고.
여물 광에서 작두질하던 머슴이
물동이 이고 가는 새댁의 저고리 밑으로 드러난 속살을 쳐다보다가
손가락을 잘라먹기도 했다.
정지, 문간방, 외양간, 봉당, 섬돌, 댓돌, 장독대, 울타리, 사립문, 굴뚝, 뒷간,
우물가의 앵두나무, 살구나무, 뒤란의 돌배나무, 석류나무, 담 밖의 향나무, 대추나무...
아궁이’보다 ‘아궁지’라고 그래야 더 정겹게 들린다.
가시나무(아카시아), 밤송이, 잡목 삭정이 등으로 불을 때라면 부엌데기가 고달프다.
그렇다고, 소나무 장작을 땠다가는 경친다.
조림녹화에 힘쓰지는 못할망정 생솔 찍는 일을 내켜하지 않는 어른이 계신 집에서는
나무 광에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산후 조리도 시원찮고 위생시설이 시원찮은 환경에 사는 여자들이
부인병에 잘 걸리지 않은 이유가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적외선을 쪼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까딱 졸다가 옷섶에 불똥 튄 걸 모르기도 했고.
초저녁엔 아랫목이 절절 끓다가
새벽녘이 되면 식어 체온으로 구들장을 데워주는 셈이었다.
보통 아랫목 장판은 타서 초콜릿 색깔이었다.
한겨울엔 윗목에 둔 요강이 얼기도 했다.
한 방 안인데도, 아열대와 한대(한 데)가 공존했다.
아랫목으로 치우친 편에 쉰 막걸리에 대패밥을 넣고 초를 띠우는 통을 놓기도 했다.
일어나 활동할 때쯤에는 쇠죽 쑨다고 불을 지폈기에 다시 뜨뜻해지지만,
그렇다고 등 지지겠다고 누울 수 있겠는가.
한겨울 농한기에도 동창이 밝았는데 일어나지 않아도 될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