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歸去來辭)

“꿈 깨!” 할 것 없다.
이 나이의 동양인이라면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하나쯤 그려보고 싶지 않겠는가.
가고 싶은 도화유수(桃花流水).

 

Du Yingqiang, ‘桃花村’

 

“눈 밝은 형을 향도(嚮導) 삼아 그곳에 가고 싶소.”라고 그랬다.
그는 불문(佛門)에서 자랐고,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학자이다.
중후한 내공(內攻)으로 사람을 ‘쫄게’ 만드는 친구가 그러니,
뭐라고 그랬겠는가.  
“가보면 그저 그럴 거야. 
오죽 하면 서양인들이 ‘그런 데는 없어(U-topos)’라고 그랬겠는가.”
(정말 기대한다는 시선에 기죽어 딴청부린 것이다.)
그는 “가보지도 않고서...” 라며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봐, 그것은 당신 전공 아냐?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안견, '몽유도원도'

 

 

어느 인기 목사님--‘인기’ 다음에는 ‘연예인’이 따라붙는 것이 자연스럽겠으나--이
“왜 사냐건 웃지 마시오”라는 걸 말씀의 제목으로 뽑았다. 
그 참, 귀 잡아당기는 방법도 가지가지.
왜?  “웃을 뿐 대꾸 않고(笑而不答)!”  뭐가 잘못됐다는 건지? 

 

슬픈 세상에 할 일 많은데?
그렇다면, 회개해야겠네.

 

 

등짐 지기엔 너무 약한 허리인데,
그렇게 오십 고갤 넘어선 이가 보낸 편지가 딱 세 줄.

 

    애이불상(哀而不傷)
    - 슬퍼도 상처입지 아니하고
    - 슬픈 건 너무 슬픈 것이지만 그래도 상처입지 아니하면서...
 
(답장)

낙이불음(樂而不淫)은 ‘그래야 되는 것’인 줄 알겠는데,
우리는 그렇게 정제(整齊)만 배웠지요.  슬픔까지도 과하면 안 된다는.
그래서 슬픈 거지, 달래 슬픈가.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팔자 좋아서 웃는 게 아니고,
슬픔 끝에,
그러니까 견딜 만큼 견디고서,
“이젠 다 된 건가? 보속(補贖)이 끝났냐고?”라는
입가의 비틀림.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신석정, ‘들길에 서서’)

 

줄줄이 나온다, 또 나온다...

 

    햇볕이 유달리 맑은 하늘의 푸른 길을 밟고
    아스라한 산 너머 그 나라에 나를 담숙 안고 가시겠습니까?
    어머니가 만일 구름이 된다면.....

 

    바람 잔 밤하늘의 고요한 은하수를 저어서 저어서
    별나라를 속속들이 구경시켜 주실 수가 있습니까?
    어머니가 만일 초승달이 된다면.....

           (‘나의 꿈을 엿보시겠습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영시 개론’ 시간에 조는 학생을 일으켜 세워 읽으라고 하시네.
“옛, 제가요?”  흠, ‘이니스프리 작은 섬으로’ 라면...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a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그때 이미 할아버지이셨던 박충집 교수님이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음, 좋구나.” 그러셨다.

 

 Lake Isle of Innisfree

 

 

“나 일어나 가리라”는 누가복음 15장 18절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늘 생각은 하는데, 일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