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사진은 길다
더위가 기습하듯 다가왔다.
고무신짝에 고인 구름을 보니, 어디로 가고 싶다.
“갈 데도 없네...” 하다가 “그래 거기...” 싶어 작은 식물원에 들렸다.
“아, 곱네.”하며 지나치면 되지 설 것 없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해서 차로 돌아가서 카메라--교통사고 시 현장 증명 목적으로 휴대--를 들고 왔다.
(디지털 카메라는 “찰카닥!” 소리가 안 나서 재미가 없지?)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 뚱뚱한 아주머니 각 1명.
그들은 뙤약볕 아래 땀을 비 오듯 쏟으며, 혹은 졸도할 것 같은 얼굴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장난이 아니네.)
삼발이 위에 아코디언 만한 크기의 카메라를 올려놓고 각도를 맞추기도 하고,
막 연꽃이 피어나는 때도 아닌데 고속 촬영하는 이도 있다.
거기에 얼마나 오래 (그 짓하며) 있었냐고 하니까, 두 시간 정도 되었다는 이도 있다.
“그렇게 애쓰거나, 이렇게 한 방 누르거나, 큰 차이 없을 텐데...”
그게 뭘 모르는 사람의 얘기다.
이젠 뭐... 전에 열심히 00 준비할 때 옆에서 안쓰러움으로 해대던 말.
“듣지도 않을 텐데... 어렵다고 불평이나 할 텐데...”
어렸을 때(“마루를 구르며 노는 어린 것 세상을 모르고노나” 시절) 큰댁에 가면,
벌에서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누이신 큰어머님이 그러신다.
“어디 소리 한번 해라.”
“소리는 무슨 소리, 가곡 말예요?”
“응, 그래 창게(창가) 한번 해.”
오 맑은 태양, 너 참 아름답다~
잔잔한 바다 위로 저 배는 떠나가며~
저녁마다 내 발코니 아래로 아름다운 젊은이 지나가며~
“으음, 그래, 에구 잘 한다, 음, z-z-z”
그렇게 들어주는 이 없는 시골 대청에서 나는 ‘세계 명곡’(주로 Neapolitan Songs)을 불러댔다.
매미들은 강적을 만나 김샜는지 뚝 그치고.
연꽃은 길어야 사흘 가는데...
그러니, 사진(still picture)에 가두어 두자고?
(아, 그 사진도 다 같은 게 아니라서, 잘 찍는 사람 따로 있더라,
잘 붙잡는.)
후미진 곳에 가니까 연꽃과 수련 한 무더기가 또 피어있었다.
얘들이 정말 자나?
“자는 척 하는가, 그만 눈뜨지 그래?”
내 바람(望)이 바람(風) 되어 살랑 불었는가보다.
하염없는 웃음을 달고 넌지시 귀띔한다.
“비 갠 뒤 첫 향기야.”
“얘는, 선심 쓰는 척 하긴...”
“너는 또 갈 거지...”
하, 이거, 만남을 확인하기 전에 헤어짐을 말하는 습관이라니...
내가 남으면, 넌 떠나지 않을 자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