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1)

바람 나간 나이에
웬 바람으로
바람 쐬겠다고
바람나고서
바람든 건 아니라고
바람 좀 넣으려는 것뿐이라고
바람 피우는 건 아니라니까
오히려 바람 재우려는 거라니까
바람 잡으려는 게 아니고
바람 잔 날 기다린다고
잘도 떠든다만
버얼써 바람들었지
바람맞았지
그래도 아직 쓰러지진 않았다고?
그래서 불치

 

바람받이로 살았으니까
바람둥이에게도
바람막이 될 줄 알았더니
그렇게 안 되네
막 쓰러질 것 같네

 

그냥 둘 다 바람이 되어
휘감겨 엉키기도 하고
나란히 걷다가
뜀박질도 하고
토라진 듯 딴 길 걷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그럴까?

 

그래도 길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그래야 어긋났을 때
길목을 지키기라도 할 것 아니냐는

 

마음에게 무슨 길이 있겠어
길이 있어 가는 게 아니고
뜻이 있어 길 내는 거라는

 

그러면 둘 다 바람 되어
좋을 게 뭐냐고?
남남으로 남아서
제 갈 길 가다가
그대 만한 이 없음을 알고
뒤늦게 찾으려해도
만날 만한 자리 알지 못한 채
잦아들고 사라질 것이라면

 

그러니 둘 다 돌이 되자는 얘기?
바라보기만 하는
그렇지만 더 멀어지지는 않는?

 

돌에게는 바람이 스미지 않으니까
속 터질 일도 없지만
그러니 거기 그렇게 머물 수 있지만

 

나는
너는
우리는
만나야 돼
한바탕 싸워야 돼
그러면서 살아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