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고 무시라
할머니의 보물단지
외할머니와 둘이 살던 시절.
그 꼴사나운 보따리엔 뭐가 들었을까?
색 바랜 양면 괘지, 이 빠진 참빗, 세꼉(손거울), 살 떨어진 부채, 실토래미, 털실나부랭이, 헝겊쪼가리, 골무,
뒤에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라고 써놓은 사진...
거기에 꿈이 서리고 추억이 담겼건만,
그래서 보물단지였겠는데,
허접쓰레기를 내다버리겠다고 아침마다 위협했지.
넌 임마, 넝마주이 오장치에 들어가지도 못해.
그래도 메고 가시는 이유?
게헨나 소각장으로 가는 건 아니지요?
님의 추억이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져야 할 짐
허리가 꼬부라진 외조모께서 엎드려 기도하실 때 보면,
낙타가 쉬고 있는 것 같았다.
(낙타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늘 육봉을 지고 사셨던 불쌍한 외할머니.
그것이 보기 싫어서 주물러 드린다고 하면서 막 누르곤 하였다.
터지면 펴질까 하여?
아, 어느 날 거울을 보니,
내 등에 육봉이 솟지 않았는가...
단봉인가, 쌍봉인가?
그렇게 지고 갈 짐.
내 몫에 태인 십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