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시시한 얘기들
본당이랄 것도 없고
그가 떠나고 나면 공소이고 말,
--아니 폐찰(廢刹)이 되겠지
도선(道詵)이 머물다 간--
그런 데로 쫓겨온
시골 사제의 일기라고 해서
특기사항 없는 성무 일과 보고로
채워져야 하겠냐고.
--으응, 그 특기사항이라는 게
부주의한 병사가 눈 없는 유탄에 맞아죽는 건
‘서부전선 이상 없음’이니까--
작은 교구 몇 안 되는 신자라도
켜마다 속박이로 아픔이 있고
비밀을 캐기로 하자면
발 옮기기 전에 한 소쿠리로 모이더라고.
일방적인 고백이 아니고
같이 괴로워하는(mit-leiden) 성사.
그래, 산다는 건 사랑하는 것
(To live is to love).
그럼 괴로워하는 것?
하모. leben = lieben = leiden.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고마워요.
(think/ thank, denken/ danken)
피하려도 따라붙는 아픔을
담쏙 안았다가
좀 있다 정신들면
그렇게 껴안는 건 부적절한 관계인가 싶어
제 마음만 알아챈 귓불 붉어짐.
그게 말로 엮자면
굳이 옮기자면
얘깃거리란 참 많은 거야.
나비에게도, 들꽃에게도
별에게도, 시내에게도.
연주회, 전시회 아니라도
국회, 동창회 아니라도.
어디 다녀올 것도 없고
무슨 모임이 아니어도 되고.
타지 나갔다 하면
돌아올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는 이에게
삐죽이 토라진 표정 억지로라도 짓다가
이내 푸는 것은
그들도 딴 동네 얘기를
조금은 듣고 싶거든.
음식에 간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