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밭일 좀 한다고 한참 쭈그리고 앉았더니 허리가 아파서...  
잠시 누워있을 때에 수인 번호 264가 찾아왔다. 

 

백면서생이 광복군의 비밀요원이었다면 겹쳐지기 어려운 이미지인데,
그까짓 합성사진 만드는 게 어렵겠는가.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청포까지야... 

그래도, 지난번에 노점에서 사들고 온 개량한복 푸른색이 맘에 든다. 
뭐, 나도 ‘고달픈 몸’이겠고. 

 

그런데, ‘내가 바라는 손님’을 ‘광복’으로 못박는 국어 공부 혹은 입시 준비는 없앴으면 좋겠다. 

내가 내게로 돌아온다... 

그건 말이 안 되겠지?  그래도 그런 쪽으로 가닥이...

 

육사가 “아!”로 다가오는 건,

17차례나 걸려들어 끝내 옥 속에서 순절한 기상인데도,
그의 시는 하찌마끼--왜인들이 하던 것이라 왜말로-- 두르고

주먹을 치켜들며 고함치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족문학 한다는 ‘아자씨들’--애고, 그 이름 앞에 ‘성(聖)’ 자 붙이던 영감님..하며-- 같지 않고,
그는 청포와 하이얀 모시 수건이 어울리는 진골 선비이었다.

 

더 발견되지 않는다면, 불과 34편의 시를 남겼는데...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고 악쓸 필요도 없고. 
결국 바람인 것을. 
바람의 씨만 낳으면,

그 바람은 어느 골 어느 들에선가 소리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Am Me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