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

 

볼거리 많으니까 봄이지 볼 게 없으면 봄이겠어요?

볼 것 없는 사람에게도 볼 게 많지요.

그래서 좋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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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좋은데 소리도.

소리? 무슨 소리?

새소리, 그게 봄날 아침 들리는 소리들

나는 몰라도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은 구별할 수 있겠지요

제마다 다른 소리만도 아니고 같은 새가 내는 소통의 여러 신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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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만 들린다면 많이 놓치는 거네요.

얼음장 깨지거나 물 흐르는 소리만 아니고

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봉오리 벙그는 소리, 또? 신음.

왜? Elan vital이라도 그렇지, 땅 뚫고 솟는 여린 싹이 힘들지 않겠어요?

또? 한숨.

꼭 봄이라서 더한 건 아니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건지

곁에 있다 해도 내 마음 날같이 아실 이가 뭘 모르겠다는 표정만 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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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trauma?

에이 봄에는 그럴 것 없어요.

흠, “왜 나만 아프죠 왜 그댄 괜찮죠 우리 함께 사랑한 것이 아니었나 봐요”?

“나만 아픈가봐” 그럴 게 아니라니까.

哀而不悲, 哀而不傷, OK?

사는 건 슬픈 일, 슬픔에 슬픔 보탰다고 더 슬플 것도 아니고 파랑 위에 파랑으로 덧칠하기.

별것 아니더라. {문자 쓸 건 없지만, 老覺人生 萬事非}

“더는 사랑하지 않으리” 그러지도 말고. {나중에 우스워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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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치사한 경상도 애에게 그런 적 있어요. “너 꼭 그래야 되겠어?”

눈 똑바로 뜨고 “짜치서 그란다, 와?” 그러더라고.

그런 뻔뻔함으로 “보고 싶다” 그래도 돼요.

“이제 그만...” 한 적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할 줄 모르는 바보라도 “보고 싶다”라고는 할 수 있거든요.

그게 영어로는 그냥 ‘miss’라고 하니 말예요, 그립다는 뜻을.

‘Miss'는 놓쳤다는 말

잡는데 실패했고, 겨냥했는데 못 맞추고, 타야할 걸 그냥 보내고

빼먹고, 이해하지 못하고, 할 걸 하지 않았고, 있어야 할 게 없고, 잘 안 되고

그리고? 그립다.

됐지 뭐, 그리우면. {흉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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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짧아요.

금방 해지고 물은 흐르고.

허니까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망설이지만 말고

그리우면 말하고

받아주는가 말 안 해도 그런 줄 알고 찾아가기.

촌티 덕지덕지 낀 봄처녀 차림 마다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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