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라야


묵은 김치가 뜬다나?  그저 몸에 좋다면... 
몇 달 전에 남도를 다니면서 묵은 김치에 손두부를 싸서 먹은 적도 있고,
많이 지나서 들어오는 것도 아닌 LA에서 오모가리 찌개도 먹어봤다.

 

좋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야.

 

    익은 게 좋다고 시어 꼬부라진 걸 내놓겠나
    날 게 좋다고 물비린내 나는 걸 내놓겠나
    살짝 얼음이 끼어 얌전하게 기다릴 걸 기대하고
    김장독을 열었다
    흐물흐물한 것들이 정떨이 하자고 군둥내 풍긴다
    제 때 찾아오지 않았으니 몸 줄 수 없다고

 

‘쌩으로 묵어도 비린내도 안 날’ ?

길들이는데 공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닳을 대로 닳은 사람들?
보링으로 될 게 아니다.
‘회개’라든가 그런 난폭한 counter-programming으로 가능할까?
(회개는 사람과 사람 사이--人間--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

 

‘관계’를 즐길 사람들과 만나는 게 복이련만.

 

곱창 맛이 그렇더라.
많이 씻으면 아무 맛도 안 나는 고무 씹는 것 같고,
적당히 씻으면 구린내가 가시지를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