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1)
이 지독한 향수를 흉볼 사람 없겠지?
못 갈 것도 아닌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발부리 앞에 놓인 깡통처럼
오장환 당신 오늘 잘 걸려들었소.
그으래, 박헌영을 미제 스파이로 잡아넣는 데가 좋아 보였단 말이지?
천재는 무슨 천재, 으그 밥통...
그래 그럴 거면 고향은 괜히 떠나서 하냥 우냐고?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고향 앞에서’--
초라한 지붕 썩어 가는 추녀 위엔 박 한 통이 쇠었다.
--‘모촌(暮村)’--
돌아온 자식의 상머리에는
지나치게 큰 냄비에
닭이 한 마리
(......)
서슴없이 고깃점을 베어물다가
여기에 다만 헛되이 울렁이는 내 가슴
여기 그냥 뉘우침에 앞을 서는 내 눈물
--'다시 미당리(美堂里)'--
이걸 두고 한 얘기겠지?
저 북도 꼭대기로부터 피해 내려온 김규동은
쪼글쪼글한 얼굴에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향타령이나 하다가
‘오장환이네 집’이라면서 쭈룩쭈룩 장마끝자락 같은 소리를 냈다.
늙으신 시인의 어머니는
병들어 누운 아들을 위해
돈 1원을 꿔다가 닭 한 마리를 고았다
이 닭다리 하나 먹고
어서 서울 올라가 이번엔 취직 꼭 해라
사내자식이 평생을
벌이 안되는 글이나 쓰면 뭘 하겠냐
하지만 네 소원이 꼭 그거라면
이 어미인들 어찌하겠냐
장환아, 안 그러냐, 안 그러냐?
망백(望百)의 엄친(嚴親) 아직 계신데
매일 통증을 호소하며 홀로 사시는데,
“하지만 네 소원이 꼭 그거라면”이라는 말씀하신 적 없고,
“그저 아버지가 바라기로는”이라는 길에서 일찍 내려왔다고
--일찍도 아니다, 삼십 년 가까인 걸--
오늘도 엎드려 기도하신다.
가야지, 가야 하는데,
어쩐다, 이를 어쩐다?
추석에 귀향하지 않은 장손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