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지 못했지만

 

주말농장?  그런 건 없다.
농부의 발걸음이 한 주일에 한 번?  될 법하지 않은 얘기.
농사는 전념해야 하는 소명이고 사명이다.
작물은 기르는 이가 한눈 팔면 죽음으로 저항한다.

 

올 여름엔 딴전팔 일이 있었고, 
농심이 거기 있지 않은 밭에서는 거둘 게 없었다.

호박, 토마토... 별로 였고,
오이는 그저 그만 했다.
수박은 좀더 기다려야 하니까...
‘데스까부도’라는 줄 없는 것과 레몬 색 수박이 그저 몇 개 익고 있다.  

 

 

                    

 

 

아 그리고 가지, 흰 가지.
보라를 차마 버리지 못해
한참 두면 옛 빛이 눈치보며 스며들긴 하지만,
제 때 따면 젖빛이다.

 

비린 냄새 아주 가시지 않게
뜨거운 물에 넣자마자 꺼낸다.

 

‘살’ 때문에 잘나 보이면,
‘육감적(肉感的)’이라고 그런다.
(탐욕을 감추려고 칭찬의 뜻을 빼고 하는 말.)
꼴, 줄, 빛깔, 윤택(潤澤), 매끄러움, 탱탱(팽팽).
그러니 육감(六感)이네?
그게 혈처(穴處) 같은 꼭지에 매달렸네.
때깔 곱다.
참 잘빠졌네.
(제가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면,
참 잘 지었다고 해야 되겠지.)

 

 

그리고, 이건 뭐 덤으로 가는 얘긴데...

 

                          

 

 

깨밭 옆 잡초 가운데 솟은 부용.
(아, 미안해라...)


한 나무도 아니고 한 가지에서
색깔 다른 꽃들이 필 수 있는지?
(와보면 “어머 정말...” 할 것인데.)
빨강이 하양을 품고
하양 가운데 빨강이 자리잡았으니,
다른 것들이라 하기도 그렇다.

 

큰 송이는 직경 11인치.
내 밥그릇보다 크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