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동그라미 치고
그래서 뭐 좋은가?
‘주 오일 근무’제라... 살기 좋은 세상 됐네.
그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라.
(여기서는 ‘TGIF’라는 노래도 있지만 말야, “Thanks God, It's Friday, 얏호~”라고.)
토요일이 오는 게 너무 싫다는 사람도 있어.
준비가 안된 거지, 그래서 즐길 수 없는 거지.
괜히 눈치만 보이고.
그러면 이렇게 된 얘기겠네.
휴일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야 휴일을 즐길 수 있고,
휴일이 필요한 사람은 휴일을 즐길 수 없고,
공일에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면 공치는 날이고,
(공일이 아니고 돈줄 테니 일하라면 그게 좋겠네.)
공칠 수준은 돼야 공일이 좋은 것이라는.
그러면서 공일은 늘어나는데 축일(祝日)은 줄어드네.
다른 색깔로 표시되는 날들
잿빛 혹은 검정 글씨로 표시된 날들의 줄 앞에
빨간 글씨의 날이 있다는 건 참 잘된 일이야.
어쩌다가 한 줄에 빨간 날이 이틀이 끼여있으면 그건 정말 째지는 기쁨.
그렇지만, 빨간 날들이 수북히 쌓여있다면 말야,
그게 뭐 기다려지겠냐는 얘기지.
겉은 그런데 내용물은 잿빛이니까
그건 뭐 속임수 같고 그러네.
엘비스 프레슬리는 그렇게 노래했다.
아 매일 크리스마스 같을 순 없나?
이런 기분이 끝없이 이어질 순 없는 거냐고?
날마다 크리스마스만 같다면
얼마나 멋진 세상이 될까?
Oh why can't every day be like Christmas?
Why can't this feeling go on endlessly?
For if everyday would be just like Christmas,
What a wonderful world this would be?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아니지?
그러면 크리스마스는 하루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루로는 안 되지만
그 ‘Roman Holiday'말야,
공주님의 사랑이지만,
그때만은 공주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사랑.
[그건 일탈(逸脫)이 아니지?]
다른 데, 좋은 데 다 다녀봤지만, 나름대로 다 괜찮았지만,
로마 같은 데는 없는, 그래서 지워지지 않을 그림으로 남을 로마.
그러더라, 조잘조잘...
사랑을 하기에는 하루로는 너무 짧아요.
짧지, 짧지만...
지루한 일년, 십 년, 의미 없는 늘림도 있으니까,
점 같은,
[그게 뭐 정의(定義)상 ‘점’은 ‘면적’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는데...]
궤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물방울이랄까, 불티랄까 그런 순간에도
온 세상 담을 수 있거든.
천년을 누릴 수 있거든.
그 하루 지나면
흐른다고 다 사라지는 게 아니고,
가버린 게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하니까,
남길 것도 있고,
기다릴 수도 있더라고.
죽은 척 누르고 살아야 하는 사순절 전에
몸(carn) 주심이 고마워서 맘껏 즐기는 축제(val) 때 말야,
그 가난한 남미인들은 몽땅 써버리더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고.
그렇게 몇 일 지나고 나면,
또 힘들고, 배고프고, 지루한 날들의 연속일거라.
그 의미 없는 날들의 의미?
축제와 축제 사이.
반추(反芻)와 동경(憧憬).
아쉬움을 바램의 독에 옮겨 부으며 기다림.
모란이 지고 말면?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만은 아니고,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슬테요.”
하루라도 괜찮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