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Sunday (5)
주일인데 가야지
간밤엔
많이 아팠다
날 밝기만
기다렸다
아침은 참 좋다
지난 건 지난 거니까
그렇게 아픔은 간 걸로 치고
일어났다
가야지
제관은 아니지만
제주는 아니지만
제물로라도
온전하지 않다고
흠이 많다고
퇴짜맞으면?
그냥 보지 뭐
아 보고 싶어라
그만 해도 살 것 같아서
(예전엔 본다는 말이 걸려서 꼭 드린다고 했다.
그게 그냥 ‘구경한다’는 말은 아니거든.)
(전성기는 지났지만...)
까딱하면
가는 길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일.
앞서 가는 차에서 바퀴가 퉁겨져 나왔다.
그 차는 그냥 갔다, 그런 줄도 모르고.
(차체 아래 매단 스페어 타이어가 떨어졌는가?)
바로 뒤따르는 나에게 혹성처럼 달려든다.
아무 생각도 없고, 나도 그냥 나아간다.
쿠아~~~~~앙!
???
그렇게 되어야 했는데...
바로 앞에서 직각으로 꺾어지면서
단정하게 길가에 주저앉는 것이었다.
정말 어려운 건...
속썩이는 자식을 어떻게 다루느냐도 아니고,
깐 데 또 까는 식으로 달려드는 문제 위에 또 문제도 아니고,
벌이는 없어도 살림은 이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신(神)을 어떻게 상대하느냐는.
(그 참, 사랑을 잘 모르는 애인과 사랑을 이어가기보다 더 어렵네.)
그게...
질문이 잘못 되어서아닐까?
“Why me?”라는.
--아픈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닌 줄 알지만,
그러니까 병원이 있지만, 그 많은 병원이 다 잘 되겠지만,
왜 내가 아파야 합니까?
누구에게나 다 아플 때가 있는 줄 알지만,
왜 이런 병에 걸려야 합니까?
아직은 고칠 방도가 없다는...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마는’이라는 말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보호자에게는 살짝 귀띔하는.
그렇다고 눈치까지 사라진 건 아니니까
누가 일러주지는 않았지만,
“그게 왜 나야 하냐고요?” 라고 몸부림쳐보는.
“Why not me?”라고 해보겠어?
--테러로, 교통사고로, 온갖 종류의 범죄로, 자연재해로, 병으로,
어제도 많이 죽었다, 오늘도, 좀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왜 나는 아니냐고(Why not me)?
바람벽에 명단 붙여놓던 시절에
난 어머니께 몇 번인가 기쁨을 드렸다.
합격자 발표.
그리고 지금,
사망자 명단에, 희생자 명단에, 부고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기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덤덤하다.
나만 그런 질문하고 있는가?
왜 나는 아니냐고.
약한 자를 부르시어
방울로 시작했을 것이다.
(첨엔 다 그렇지 뭐. “시작은 미미하나...”)
이어졌을 것이다.
똑똑 떨어지든지 퐁퐁 솟든지.
그러면 흐름 되었겠지.
섞이니까,
(그걸 어떡하겠니,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물은 낮은 데로 흐르는 거니까.)
그대로 남아있을 수 없었던 거지.
처음 같지는 않게 되었고.
큰물이라고 이름이 붙을 때쯤 되면
맑음은 지키지 못하는 거라고.
정순(貞純)과 세력은 같이 가지 못하더라고.
샘은 다함 없는데도
흐름은 그치더라고.
그때, 그러니까 전쟁 때 피난지에서 부르던 노래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석진영 사, 박재훈 곡)는
정말 빨리 퍼졌더랬다, 통곡과 함께.
약한 자를 부르시어 하늘뜻을 전하셨다
정서가 다른 사람들과 오늘 그런 노래를 부른다.
God of Jacob,
You wrestle with the sinner's restless heart,
You use the weak to lead the strong.
그래도 약하기만 해서야 어디...
사랑해요
다른 가사란 없고, 그저 “I love you.”라고만 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
(끝없이)
내 사랑은 그랬던 거야.
아름다운 이, 뛰어난 이와의 교제를 바랐던 거지.
그런 이에게는 그런 이들이 곁에 여럿이 있으니까,
내 몫이 작음이 늘 섭섭했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싶었거든.
세계가 무엇으로 이루어졌으며, 인생을 살 만 하게 만드는 가치들에 대해서.
미세한 떨림이 큰 울림으로 퍼져나감을
말없이 손잡고 같이 지켜볼 사람을 원했지.
한낮의 더위와 밭일로 녹초가 된 큰어머니는 내게 노래를 부르라고 그러셨다.
“허리 아파서 잠이 안 오는데, 우리 00이 창게(창가) 한번 해라.”
더러 “소리 좀 해라” 그러시기도 했고.
뭐 내가 경기잡가를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뭘 원하신다는 것인지, 영창(aria), 가곡(lied), 아니면 성곡을?”
그냥 잠드시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래도 나중에 그러셨지. “옛날에 금잔디, 그거 괜찮더라.”
그 때 그 집이 대청은 넓어서,
나는 “마루를 구르며 노는 어린 것 세상을 모르고노나”를 좋아했지만.)
한숨, 땀내, 막소주, 악다구니, 팔자 타령, 통곡...
그런 데 있었어야지.
사랑 노래(戀歌)는 좋아하면서 사랑은 하지 않았던 게구나.
너무 아름답기에 아름답지 않은 줄 알고
흉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줄로 여기면,
그러면 한 걸음 나아간 셈이란다...
그 말씀에 아직도 저항하고 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렇게 노래는 부르면서.
성찬
This is my body broken unto you...
찢어졌으면, 부서졌으면, 무너졌으면...
흐르겠구나.
다함이 없고, 마름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