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돌아오는 길에
(가만... 돌아온다?  어디로?  집으로?)
달맞이꽃을 보았다.

 

“저게 무슨 꽃이지요?”
“Evening primrose, 한국에서는 달맞이꽃이라고 그러지.”
“달맞이꽃이면 밤에만 피는 게 아닌가?”
“월견초(月見草)라고 그러지만, 달 없는 밤에도 피지.  밤 아니라도 흐린 날이면 피지.”
“저것도 달맞이꽃 닮았는데 흰 꽃이네?”
“흰 달맞이꽃이라고 부르면 되지 뭐.”

 

 

                                         

 

           

 

 

    달 보자고 피는 꽃
    동틈을 싫어한다.

 

    달맞이꽃은 밤에만 만날 수 있다.

 

    간밤에 내 팔 베고 잤는데
    모른 척 한다.

 

    이름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 이름이라는 게 또 일회용이었는지도...) 


 

요즘 휴가철이라 그런지 여행기를 더러 올리고 있다.
조선 산하의 구석구석 요모조모를 여기서 엿볼 수 있으니 고맙긴 한데, 가보지 못할 곳이고.

 

그러니까 40년 전이네, 1965년.  남대천 가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때 굉장했지. 아닌 밤중에 노랑이 지천으로 깔렸더랬지.


더 가지 못해서 털썩 주저앉았다.
더 예뻐서는 아니지만 하나를 골랐다.
아기 가지고 싶다는 소녀에게 말만 해줬다.
“그래야지, 애기 엄마 되기 바란다.”
아니, 얘가 짜긴?

 

    헤어질 줄 알아도
    있는 동안은 잊어버리고
    서둘지 말고
    더디 더디

 

 

 

 


구름이 잔뜩 끼어 날 좀 흐렸다고, 이역 도심에서 달맞이꽃 사촌쯤을 보게 되었구나.


흰 구름은 남산 가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어디로 가냐고 다시 묻지 말게나.
白雲無盡時.

 

 

        

 

                                       

 

 

 

 

 

 

득의지추(得意之秋)인가 하면, 걸리는 일이 있고 그랬다.
그래도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은 버리지 말자.

 

    꽃샘 철에 꽃 피우지 못하고
    봄만 탔는데

 

    그리고 여름은 정신 없이 갔는데

 

    동기도 없는 성취감으로 뿌듯해지고
    알아줄 이 없어서 조금 서운하기도 한
    가을 한 날
    성큼 다가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