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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랑이나 걸망이랄 것도 없고 오쟁이라 할까,
거기에 담으면 얼마나 담겠는가, 그래도 쏟아보니...
가납사니, 떠버리, 트레바리, 투덜이, 딱쇠, 멀대, 초라니, 철물내기, 모도리, 악도리, 역쥐다리,
망나니, 몽니쟁이, 몽짜, 뚝벌씨, 새룽이, 말재기, 무녀리, 생무지, 옹추, 옹춘마니, 찌그렁이,
허름숭이, 피새, 등 가지가지로다.
가리고 나면 뭐가 남는고? 다 먹어야지.
꿀꿀이죽을 짬밥통에 배식하다가 하릴없이 눈물 한 방울 떨어트린다.
젊고, 아름답고, 똑똑하고, 저 쓸만한 것 갖춘 이들은 그렇게들 모이거든.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노인이 사랑에 빠지면 ‘dirty old’인가?
얻을 것을 바라지 않고,
왕후장상이 ‘회춘’의 방편으로 소녀를 품음이 아니고,
그냥 사랑할 수 있는 ‘관계’와 ‘상태’에 감사하면서
‘동작’은 없더라도 ‘같이 있음’을 즐김.
네가 넘어지고, 망가지고, 형편없이 되었을 때에
긴말로 위로하고, 그 위로보다 더 많은 교훈을 즐겨하고,
그렇게 망가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상기시키는 게 아니고,
같이 울어주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이 언젠가 죽을 사람을 쳐다봄.
나는 네가 지고 가던 짐을 대신 질 수는 없어,
난 너를 업고 갈게.
걸을 만 하거든 그땐 혼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