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노라? <소월 시 읽기>
1
잊겠다고 잊을 게 아니고
잊었다고 잊은 게 아니고
까마득 지난 일들
꾸역꾸역 기어 나오지 않든?
‘慕情(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그랬잖아?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그랬잖아?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그랬잖아?
하긴...
그리워 살틀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슬며시 하나 끼여두었지
그렇게 오기부리지 말고
독한 맘 품고 자학하지 말고
테니슨 아저씨처럼
사랑한 것만으로도 괜찮아
할 것이지
정말 그렇게 여길 거야,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가장 슬플 때에 그런 생각이 들 거야;
사랑했다가 잃은 것이 아예 사랑하지 않음보다 낫다고.
I hold it true, whate'er befall;
I feel it, when I sorrow most;
’Ti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ever to have loved at all.
(Alfred Tennyson, ‘In Memoriam A. H. H.’)
('In-Between Remembering and Forgetting', Sttutgart Ballet)
2
가는 이 반기고
오는 이 말리지 않고
머물겠다면 받아들이고
가겠다면 붙잡지 않고
갈 사람 가고
올 사람 오고
보낼 것 없고
막을 것 없고
3
흐르게 두지
고이면 죽어
4
막차 떠났는데...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어떡하니?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어떡하니?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운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그래서?
뭘... 나를 울게 내버려두오
5
용서는 있어야 돼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도 애써 이뤄야 해
잊음은 내버려둬
잊는 게 좋으면 잊혀질 것이고
기억할 것이라면 잊히지 않겠지
잊고 싶다고?
얻자면(for-getting) 주어야(for-giving)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