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서
어려운 시절이 닥쳐오리니
“고요하게 밝아오는 아침 호숫가에서 이제는 일어나면 어떻겠냐고”라는 돌림노래가 있었지.
그래 나 일어났다.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갑자기 옛적에 부르던 노래가 생각났다.
사람들이 불렀으니 나도 따라 불렀을 텐데, 아무도 아는 이가 없네.
그러니 누구에게 물어봐도 소용이 없던 차에, 막혔던 처음이 뚫렸다.
(무슨 의미가 있어서라기보다, 기억이 사라질 때를 대비해서 여기에 남겨놓는다.)
저녁노을도 사라지고 어둠의 장막 덮쳐온다
모진 바람이 불기 전에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저 별을 보라 저 별을 봐 광채 찬란한 저 별을 봐
이상하고도 이상하게 광채를 내는 저기 저 별
그렇게 시작하니 줄줄이 나오게 되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그건 윤동주가 좋아하였다고 그랬지.
배호도 불렀고(음...), 루이 암스트롱이 Mills Brothers와 부른 것도 있지만,
아, 어린 시절에 들은 마리안 앤더슨의 노래는 감동 그 자체였다.
마루를 구르며 노는 어린 것 세상을 모르고노나
어려운 시절이 닥쳐오리니 잘 쉬어라 켄터기 옛집
이런 노래들 옛적에 분원초등학교(지금 백자 박물관 터) 뒷산에서 마구 불렀더랬지.
주책에도 급수가 있다는데,
얼마나 시끄러워서였을까, 고요를 즐기던 왜가리가 어디로 가버렸다.
Stephen Foster를 알 리 없는 미국인 jogger들이
“쟤, 왜 저러지, 뭘 잘못 먹었나?”라는 표정으로 힐끔힐끔 보며 지나친다.
나중에 어떻게 될는지는 모르지만,
새벽 공기가 좋구나, 좋은 하루 되겠지.
어려운 시절이 닥쳐오리니? 그건 그때 가봐야...
한참 불렀다.
혼자 가는 길
여행이 그렇더라.
혼자 가면 쓸쓸하고, 둘이 가면 불편하고.
먼 길 가자면 길동무가 있는 게 좋으리라.
반려(伴侶, 짝 반, 벗 려)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로 partner, companion을 들 수 있겠고,
혹 yokefellow라고 그러기도 한다. ‘멍에를 같이 멘 자’라는 뜻.
아침 산보 정도라면 혼자 나가는 게 편하다.
보폭과 속도가 다르니까.
어느 건강한(?) 할머니가 기운이 훨씬 떨어지는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같이 걷고 있다.
Snailing이라는 말이 있는지...
그래도 가로막은 그들을 추월하지 못했다.
같이 가는구나.
기운 있을 때는 혼자 다니는 게 낫겠지만...
친구는 extra miles를 같이 가주는 사람.
즐겁지 않더라도?
“누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 주어라”(마 5: 41).
[그래도 삼도천(三途川)은 혼자 건너는 거니까.
사공이 짝이 아닌 다음에야.]
아침에는 향수 없이
후각은 덜 예민해도 될 것 같다.
나는 멀미를 한다.
흔들림 때문이 아니고 사람 냄새 때문에.
그 땡볕을 뭐가 견디랴
산책길에서 인동, 자스민, 치자, 장미 냄새가 사라졌고,
색깔이라고는 배롱나무 꽃만 남았는데,
그래도 흙, 송진, 이끼, 물, 건초 냄새는 남아있다.
아, 그런데 아침에 향수 쳐바르고 나온 이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가노라니,
어휴 골치야...
어려운 시절이 일찍 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