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잎들의 어울림 -부활절에
그때는 감격시대였다.
명백한 선동에 넘어가면서 열광함을 착한 백성의 미덕으로 알았는데
집권세력의 반대편 쪽으로 ‘일부 몰지각한 민중’이 기우는 것은 附和雷同이라고 했다.
전쟁 후 슬픔, 상실감, 허무주의, 배고픔에 빠진 이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는 말씀은
듣기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위로의 말씀이었다.
“어서 돌아오오 어서 돌아만오오” 같은 노래는 목 놓아 우는 회개가 따르지는 않더라도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로 완악한 심령을 무장 해제시키는 마력이 있었다.
그때는 목회하기 쉬웠겠다. 개신교 교세도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부활절 새벽 未明에 남산의 조선신궁 있던 자리에서 연합예배를 드릴 때에는
교파 분열의 증오심이 도드라지지 않은 때여서 참 기쁘게 한데 모였다.
분열이 얼마나 왕성했는지 장로교회는 예수교 장로회와 기독교 장로회로 나뉘더니
예장은 통합 측과 합동 측으로 나뉘고, 그 후에는 계속 말하려면 숨차서...
통합은 뭐고, 합동은 뭔데? 같이 가지 않겠다며.
합동? 하나 되자면 먼저 불순물을 걸러내야 되는지, 이단 심문관의 寶刀는 쉬지 않고 휘둘러지더라.
제 맘에 안 들면, 저를 반대하면, 자파의 이익과 상충되는 쪽은 이단?
예수님 말씀은 멋대로 해석하니 잘 모를 것 같은 공자님 말씀을 끌어올까?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고 그러셨네.
길게 말할 것 없고, 소인배는 자기와 같을 것, 획일적 적용을 강요하지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도무지 어울릴 줄 모른다는 말씀이겠네.
그런 이들이 많은가? 최대 교단이라네?
지금도 지역별로 연합예배를 드릴 것이다.
동원을 위하여 큰 교회 목사들에게 순서의 한 부분을 맡게 하는 안배와 함께.
부활절 예배를 미국인교회에서 드렸는데, 기쁨과 희망의 충일 같은 게 없었다.
내가 메말라서인 줄은 알지만...
그저 그만큼 살고 상대적으로 큰 걱정 없이 평화롭게 사는 이들의 김빠진 명절 쇠기 같은 것.
‘성경에서 증언하는 부활, 일어나신 주님 여섯 번 顯現’이 설교 내용이었는데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의 증언을 해설할 필요가 없겠고
성경을 믿지 않는 이에게는 “성경에 그렇게 씌어져 있으니까”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예배 마치고 돌아오며 바라보는 새잎들의 빛남
들여다보면 다른 잎들인데, 어찌 그렇게 어울릴까
모난 것도 없고, 튀는 것도 안 보이고, 그래도 다 다른
모아놓고 보니 新綠共和國이라 하자.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만세!
어느 매체에선가 “매화, 서울에도 피었습니다” 하며 화보가 올라왔더라.
아 필 때 됐지.
변덕날씨라고 꽃들의 北上을 언제까지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매화 좋지. 매화만 좋은 건 아니지만.
매화 곱지만, 報春化랄까 봄이 옴을 알리는, 가장 먼저 피는 꽃이기도 하지만
朔風이 가시지 않은 한 데에서 떨면서도 피어내는 모습이 嘉賞하여
“아마도 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라고 그럴 만한데
{雪中梅? 그건 술 이름이지, 눈 속에서 피지는 않거든.}
그럼 매화만 고운 건가?
봄꽃은 매화 말고 없냐고?
봄이 아름다운 건 百花爛漫이어서 인데.
선비들의 각별한 총애 이해할 만도 하지만, 그거 唯一思想(?) 쪽까지 나아갈 건 없거든.
밤하늘의 뭇별 중에서 택함 받아 ‘그 별’이 되었어도
별 중에 별이라 해도 여럿 가운데 하나.
다른 별들 하늘에서 다 지워라? 어떻게?
그랬다 치고 캄캄한 하늘에 별 하나? 곱지 않겠다.
여럿 중에 빛나는 별, 빛나는 별들 중에 가장 빛나는 별, 내 별.
일등별보다 달이 더 밝은 건-헉, 상대나 되겠어?- 가까이 있기 때문.
가까이 있으면 됐는데
달밤에라도 워낙 밝은 별 몇 개는 보이잖아-제 빛을 드러내지 못해 희미하지만-
그래서 달도 더 고운 건데...
기독교의 정체성을 ‘唯一神 信仰’으로 제시하고, 宣敎가 改宗을 강요하는 사명으로 인식되는 한
죄와 분쟁은 그치지 않겠네.
Spring green, 그 황홀한 그늘에 앉아 일없이 씨부렁거리지만
만나면, 뜻하지 않은 곳과 때에서 살아계신 분을 뵈면 나도 “라뽀니~” 그럴 것이다.
사랑을 확인하면 됐지.
오후 3시 아파트에서는 Egg hunt-‘보물찾기’ 같은- 행사가 열렸는데
인디언은 별로 없는데 기병대만 득시글거리듯 아이 하나에 어른들 몇씩 붙어서
개시 시각 전에 좁은 특정구역을 쑤시고 훑으니까
2분여 만에 끝나버렸다.
어떤 집에서는 수십 개씩 쓸어 담고, 나중에 온 애들은 한 개도 못 건졌네.
{신자유주의와는 상관없고... 꿩 잡는 게 매? 씁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