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약결(大成若缺)
나이는 먹었지만 수행은 별로였다는
좋은 평판을 달지 못한 땡중이었는데
그래도 걸음걸이 하나만은 괜찮았다고 그러더라
걸릴 것, 거칠 것 없는 몸놀림으로 바람 일으키며 나아가는데
교만 방자한 태가 없었다고 그러대
돼먹지 않은 놈들 마음껏 비웃었다니
적들도 많이 두었음 직한데
대놓고 맞서는 이들 없었다고 그러대
상좌 아니라 사미 하나 붙지 않았다니
남길 가르침도 없었는가보다
따르는 이 없었지만
무시하는 이도 없었다고 그러더라
잠깐 쉬잇
(아 뭐 그럴 것도 없다 다 아는 얘기니까)
한 번 만나 통한 후에 잊어버렸다고
그게 내 새끼인 줄 어찌 아느냐고
시치미 떼도 그만인데
피붙이 사랑이 지극하여
평생토록 돌보았다니까
어미가 버린 저능 장애아가 자라
턱에 흰 수염이 달릴 때까지 지켰다니까
꼴이 말이 아니었겠지
만일에 말이지
그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면 말이지
(우리끼리 얘기지만
‘어느 날 밤에 일어난 일’ 같은 거야
누구에게나 몇 번쯤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그런 자식이 태어나지 않았거나
아니지 모른 척 하였다면...
이라는 가정인데)
그는 정말 큰스님 되었을 게야
뭐 되고 안 되고는 드러나는 게 아니고
그렇게 불러주는 이들이 있느냐는 얘긴데
그는 스스로 새는 그릇이라고 그랬다
파계란 구멍 뚫림 같아서
암만 길어다가 붓는다고 채울 수 없다고 그랬다
그래도 그의 그릇이 마른 적은 없었다
그저 그만큼은 물이 늘 있었다
들여다보는 이 얼굴을 비출 만큼
퍼마셨다고 바닥나지 않을 만큼은
그만 하면 된 것 아닌가
그를 만나고 산길을 내려오는데
보름에서 하루 지났나 조금 이지러진 달이
일찍 떠올라 앞을 비춰준다
완덕(完德)이란 없고
근처에는 이르도록 길 닦는 것
채워지지 않아도 마르지도 않는 것이라고
그를 슬퍼하며
나를 변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