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철학
1
같은 흐름에 두 번 발담을 수 없다고 그랬다.
만물은 변한다고 그랬다.
그래서?
겁날 것도 없다.
천만년을 거기 그대로 있는 바위 같은
신에게 기대는 것이 믿음이다.
너를 향한 그의 뜻은 무궁불변이겠으나
너를 돌보는 그의 손은 어제와는 다를 터이다.
2
수포(水泡)로 돌아갔다고 그러더라만,
그거 우스운 말 아닌가?
거품이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건데,
제대로 되는 건데,
그게 어때서?
흩어져 방울이던 것이
합하여 흐름 되기도 하고,
쉬지 않고 흐른다고
물이 마르는 것 아니고,
강은 거기 늘 있지만
물은 늘 새 물이다.
3
배롱나무라던가
그 목 백일홍 말야.
백 날 꽃을 달고 있는 듯하지만,
요절한 꽃들의 방치된 시신이
산을 이루던 걸.
사라짐보다 태어남이 많으면,
거기에 늘 있는 듯이 보인다고.
다 새것이지만.
헌것 되기 전에
떨어지지만.
4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변화가 눈에 띄는 철이다.
계절 이름도 ‘떨어짐(fall)’이다.
‘헤어짐’이기도 한가?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가도 남는 것 있더라.
다 바뀌지는 않더라.
타도 다 타버리지는 않더라.
죽었기에 새로 태어날 수 있더라.
5
등 쳐다보며
“하냥 우옵네다” 할 것 아니고,
“당신은 늘 새로운 떨림입니다” 하며
재회를 기다린다.
보름달 간 데 없어도
달 같은 마음 잔영으로 남아
그립기는 해도 외롭지는 않다.
6
놔두지.
그냥 그대로.
떨어지도록.
사라지도록.
흘러가도록.
울도록.
가면 가는 것이고
오면 오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