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내가 너에게 무엇이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은
견딜 만한 것
(그러면 사랑 아니지)
네가 내게 무엇이기를 바라는
네 마음을 풀어줄 수 없다면
내 잘못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미안하기야 하지
(그것도 사랑 아니지)
그때 그랬다
생각만 해도 이리 좋은데
만나보면 얼마나 좋으랴
처음 뵈올 때
보고 싶었노라 말하지 못했다
(그래도 사랑인가)
용솟음이나 밀려옴 같은 기세는 없지만
마르거나 모자람이 없는 생명의 기운을 느꼈다
봄날 시냇물처럼 조용했지만
끊기지 않는 흐름이었다
(그렇구나 그거구나)
참 고맙다
하늘의 안배라 하더라도
준비된 기연이라도
고마움은 사람에게 표현할 것
고향은 이제 없지만
너는 고향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