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갈림길에 서서

 

넉 주 정도 머물다가 왔다.
정겨운 산천이 새삼 가슴에 안기듯 하고
고마운 이들 만나기는 했는데
그저 그렇다.
견디기 어려운 세월을 용케 살아남은 곳으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산보하면서
온몸으로 가을을 받아들인다.

 

거기는 그렇기에 좋지만
여기는 여기대로 괜찮다면
양다리 걸치기로 살 것도 아니고
짬짜면 주문하듯
좋은 것만 맞춤으로 뽑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극단으로 밀고 나가면
키엘케골이 그랬듯이
저 고단하고 남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인데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긔 어떠리"로 살 수는 없으니까
택하기는 해야 될 모양. 

 

어느 쪽이 덜 불편하냐가 아니고
어디서 쓰임 받느냐가 문제이다.
뵐 날 멀지 않았으니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뭘 하긴 해야 되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