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tu Brute

          

 


“브루터스, 너마저?”는 셰익스피어의 창작물이었을까? 

 

대문호는 줄리어스 시저를 교만하고 인정 없는 독재자로, 브루터스는 고매한 이상주의자로 그렸다.
브루터스는 “시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을 인정하고 아꼈던 시저를 배반하고 공화정을 지켜야 했다는 이야기. 

 

그것은 바로 캐시어스가 노렸던 것. 

(동기는 ‘질투’이었지만, 그렇게 말하나?  ‘명분’을 찾는데 실패한 반역은 없다.) 

반역에 가담할 이들은 명분과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고, 음모는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험 증서를 원했다. 

거사가 성공한 후에 브루터스를 내세우게 되면, 민심을 다스리기에 용이할 것이라는 계산. 

그들의 영웅이 살해되어 비통과 분노에 빠진 백성에게 브루터스가 나서게 되면

“오죽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으랴.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는 모양이지? 
그러지 않고서야 시저가 가장 아꼈던 이가 반기를 들 수 있겠어?”

쪽으로 돌아가리라는 것을 계산했던 것이다. 

(그런 식의 암수는 이천 년이 지난 후에도 먹혀 들어간다.  미선이, 탄핵, 등.)

 

결과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브루터스는 캐시어스와 함께 쫓겨났고, 안토니와 옥타비아누스의 연합군에 둘러싸여 자결하고 만다. 

로마의 공화정은 바로 브루터스가 시저에게 디민 단검에 의해서 지탱하지 못하게 되었고,

로마는 계속되는 내전에 휘말리며 종말의 서언을 고하게 된다. 

브루터스가 고상한 인격자이며 애국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는 시저의 다른 암살자들처럼 사건의 종말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자,

좋게 말해서 순진해서 뭘 모르는(naive) 사람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그렇게 돌아가고, 그가 어떤 형태의 배역을 맡아야 했다고 말한다면 그만이다. 

그런데, 브루터스라는 이름은 ‘시저의 암살자’로 기억된다는 사실.  유다처럼.

 

브루터스는 한때 폰티어스와 함께 내란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진압하러 가는 장군들에게 시저는 분부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브루터스를 살려주기 바란다.”라고. 

다윗이 그 아들 압살롬을 살려주기를 요압에게 긴곡히 부탁했듯이.

(충신이라는 요압이 어떻게 다윗의 마음을 찢어놓았는지는 다른 때 돌아보자.) 

그 후 브루터스는 노른자위 땅의 총독, 법무관 등으로 중용된다. 

 

브루터스에 대한 시저의 ‘맹목적인’ 사랑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시저는 브루터스를 그의 친아들로 여겼을지도 모른다는... 

브루터스의 어머니 세르비리아(Servilia)는 시저의 어린 시절 ‘여친’이었고,

오랜 기간에 걸쳐 ‘정부’였다는 사실. 

한때 긴급한 중대사를 의논하는 원로원 회의에서 정적과 논쟁을 벌리던 시저에게

‘쪽지’가 배달되었고, 그는 혼자 그것을 묵독했다. 

그러자 카토가 “시저는 이런 상황에서 ‘적’과 내통했다”라고 들고일어났다. 

시저는 카토에게 쪽지를 전해주었고, 카토는 그것을 낭독하게 되었다. 

내용은 세르비리아가 보낸 연서이었다. 

카토는 그녀의 오라비였고, 브루터스는 외삼촌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는 처지이었다.

 

늙고 전장에서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시저는 그래도 장군이 아닌가. 

첫 기습은 치명상을 입히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달려드는 자객들 사이에 낀 브루터스, 그의 단검을 뽑아든 모습을 보면서

시저는 사지를 벗어나야겠다는 희망을 버렸을 것이다. 

“Et tu Brute(Even you, Brutus)?”라는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fine touch일는지 모르나,

시저의 마음은 그대도 알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