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긴 왜?
비극적 종말은 속상해서 화나고
Happy-ending은 시시해서 화나고
얘기란 다 그런 것이다.
그래도 얘기하고 듣는다.
삶은 '얘기 만들기'이니까.
사랑한다고 제 것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다 주고도 곁에 가지 못하는 건 또 무엇이냐?
갈 때 가더라도
(그렇잖아? 누구라도 한 날 가지 못할 건 마찬가지.)
머무는 동안 같이 살면 되지.
헨리 제임스 작 '한 여인의 초상.'
랄프가 힘겹게 버티는 동안 이자벨이 하는 말:
"당신이 살 수만 있다면 저는 죽기라도 하겠어요.
그렇지만 당신이 살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당신을 잃지 않으려고, (차라리) 내가 죽겠다는 거지요."
(흠, 이자벨이 따라 죽은 것은 아니었다.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죽어 가는 자는 관대하다. 더 똑똑하고.
"너는 나를 잃지 않아-- 네 마음 속에 나를 남겨둘 거잖아;
이제껏 보다 네게 더 가까이 있게 될 텐데.
(내 사랑) 이자벨, (잘 들어), 삶이 더 좋은 거야; 삶에는 사랑이 있거든.
죽음도 괜찮지만, 거긴 사랑이 없어...
결국 [고통은] 가버려; 지금 사라지고 있다고.
그래도 사랑은 남거든.
우리가 왜 그리도 많이 아파야 하는지 모르겠어. 아마 알게 되겠지.
삶에는 뭐가 많아. 넌 아직 젊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다가
적절한 몫까지 빼앗기고 마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사랑한다면서
내 짝은 아니라고 하며
딴 데로 가는 것을 멀뚱하니 바라보기만 하면
둘 다 불행해지더라.
말은 해야지.
붙잡아는 봐야지.
그리고...
살아야 해.
살아야 뭐가 되지.
오래 살아야 돼.
그래야 무슨 기회가 오기도 하고.
지금은?
"현재는 우리 둘이 같이 있음만 느껴요."
살아있는 동안은
사랑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