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아 시끄러워.
아침 산책길에 하늘 치켜보니 기러기 떼 날아간다.
무슨 소리? 추임새일 것이다. “기운 내라 어영차~” 같은.
격려이기도 하겠고.
-선두, 개안아?
-아직은. 근데 니 인자 남쪽 말씨 버리그라.
-캬, 지도 그카면서.
아니 뭘 하다가 이제 떠나냐고 타박할 게 아니어서 손 흔들어줬다.
저렇게 막차로 가는 애들 말고 눌러앉은 애들도 몇 될 것이다.
청정식재 아니더라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이가 있고
굳이 그 먼 길 떠나 북국으로 가야 하는지
만들면 이유니까 "타향이라 정이 들면 내 고향 되는 것을" 그러는 애들에게
"Look homeward, angel" 그래봤자 귀에 들어오겠어?
인생관 다르면 할 수 없고.
삼짇날이 다가왔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그랬지만, 한반도에 제비 오는가?
가는 이 가고 오는 이 오고 왔던 이 가는데, 갔던 이?
그런가보다 하자.
임시정부 연락원처럼 어느 날 불쑥 나타날 수도.
오늘은 식목일, 청명, 한식.
해외에서 용케 기억한 건 아니고 아우가 며칠 전에 성묘 다녀왔다고 해서.
淸明
녈비 지난 후 너 참 아름답다 해밀.
눈물을 눈의 물이라고 하면 할 말 없는 거지.
淚腺에서 흘러나온 게 없으면 눈물 없는 사람?
아마도 빗물이겠지.
떨치지 못한 것, 마르지 않은 것, 꽃잎 위에서 한 호흡.
집 앞 공터를 메운 겨자풀(wild mustard)을 내다보다가 나오게 되었다.
어디서 겨울 나고 나타난 걸까, 몰려다니는 나비들 그림자 흔들리는 게 요지경 속이다.
노랑 예뻐.
끝물 튤립 그냥 시들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
집안에 들여다 놓으니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