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희미한 알전구 빛 밑에서 해진 내복을 깁는 동안
아이들은 알몸으로 잠들기도 했다.
"다 됐다. 옷 입고 자라. 감기 걸릴라."로 깨울 때까지
어머니는 바느질하면서 노래를 부르셨다.
'유모레스크'를 흥얼거리기도 하셨고
브람스, 슈베르트, 이흥렬의 자장가를 부르시다가
이런 노래를 보태기도 하셨다.
소파 방정환이 지었는데 곡을 붙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착한 아기 잠 잘 자는 벼개[베갯]머리에
어머님이 홀로 앉아 꼬[꿰]매는 바지
꼬[꿰]매어도 꼬[꿰]매어도 밤은 안 깊어.
기러기 떼 날아간 뒤 잠든 하늘에
둥근 달님 혼자 떠서 젖은 얼굴로
비치어도 비치어도 밤은 안 깊어.
지나가던 소낙비가 적신 하늘에
집을 잃은 부엉이가 혼자 앉아서
부엉부엉 울으니까 밤이 깊었네.
깊어 가는 가을밤에
나는 해진 사랑을 깁고 있다.
나일론이 나오기 전 금방 구멍나던 면양말처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딴 방에 잠든 아이는
잘 자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