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시작할 때의 떨림은 많이 줄어들었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고
    언제나 처음 같음이 여러 해로 이어졌다
    누구라고 삶이 익숙하랴
    산 날 길어도 서툴기는 마찬가지
    사랑도 꼭 그래서
    그 분야엔 전문가가 없더라
    몇 번이나 "다시 할 수만 있다면..."이라 했어도
    시원찮기는 마찬가지

    그나마 딱 한번 사는 인생이니

 

 

                                                                                        

 

 

 

    이 떨림에 증폭기를 대면
    노래되는 것 아닌가
    작은 울음이 큰 울림 되도록
    내게 공명상자를 붙여다오

 

    새벽 기도에 뭐라 아뢸 게 없다
    나와 걸으니 좋구나
    온몸으로 들이마신다
    단전에 쌓이는 자연지기(自然之氣)
    갑자기 빨라진 걸음
    무슨 보법인가
    달리는 이들을 지나친다
    (가만, 아무래도 무협지를 너무 본 게야)

 

 

    

 

 

 

    사철이 사등분된 것은 아니어서
    긴 여름 짧은 가을
    그런 식이다
    겨울나기를 준비하자면
    거둠을 즐길 틈이 없다
    좋은 날은 일하기 좋은 날
    궂은 날은 놀기엔 그저 그래도
    놀 수 있는 날
    처마에 닿도록 장작을 쌓아놓으면
    사위가 눈뿐인 철에
    나다니지 않아도 된다
    한 여름내 노래부르던 베짱이는?
    겨울까지 사는 건 아니니까
    베짱이에게 겨울은 없으니까
    그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놀기에 좋은 날이다
    난 오늘 놀 것이다
    내게 열매 없어도
    다른 나무에 달린 것들 보면서 기뻐하자

 

 

 

       

 

 

 

    가을이 깊으면
    이윽고 연애감정 같은 것도 사라지고
    무슨 감사 같고 기도 같은 기운이
    김 솟듯 하고
    그리움이 간 건 아니지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이런 건가 싶고
    시편의 고풍스런 표현들이 어색하지 않아서
    "주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나이다"
    고장난 유성기처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