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편지
오늘 많이 울었습니다...
홍시 하나 따서 님 드리고 싶고
파란 가을하늘도 보내드리고 싶고
옷깃을 스치는 가을바람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왜 울까
성인/성녀는 남달리 울음이 많은 사람
걸핏하면 울먹이며 터질 것 같은 이
"그분은 우실 수 없는 존재"라는 신학 때문에
대신 울게 된 이
처음엔 제 설움에 겨워 울었는데
그러다가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래
이 세상 이미 서럽고 쓰린데
내 울음 거기 보태 쓰겠냐
해서 대신 울어주고
남의 눈물 제 병에 담다보니
아주 울보가 되었더래
보름달을 다 가리지 못한 구름이
결국은 달빛에 밀려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Fra Angelico가 아니더라도
성인이라면 머리에 후광을 띤 이로 다들 그리잖아
왜 그렇겠니
작은 빛이라 해도
어둠을 쫓아내잖던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불을 켜서 등경 위에 둔다"고 그러셨으니까
불 있으면 이고 다녀야겠네
"주님(임)~"은
"주를 이고 가오리다"라는 고백
주(主)는 등경에 달린 등불
촛대 위에 흔들리는 불빛
임금의 이마에서 빛나는 면류관
등잔 밑이 어둡다는데
빛을 인 이는 가려질 것이다
그러면 대수냐
"존귀 영광 모든 권세 주님 홀로 받으소서" 하면
"멸시 천대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가오리다"가 따라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