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그때
그립기는 해도
외롭지는 않았다.
이대로 좋은데요 뭘
그랬다.
좀 떨어진 데 피어있는 꽃들이 없지 않았지만
가도 오도 못하는 터에 아는 척 할 것도 없었다.
홀로 라서 좋고
혼자 살 것 같았고
못 견딜 것도 없었다.
지나간 걸음 한번 있고 나니까
꽃피워놓고 웃을 수가 없다.
지기 전에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탓에
더 빨리 시드는 것 같다.
남들에겐 그랬다.
울면서 떠나지 말라고
가장 기쁠 때 떠나라고.
기쁠 때 왜 떠나겠니
그러니 울지 않고 떠날 수 없더라.
가을하늘 즐기듯
슬픔도 괜찮다고 그랬다.
그게 아니더라.
청운교 백운교 올라 자하문으로
들어간다고 하나 나간다고 하나
앗 길이 없네?
하늘은 보기만 번드르르한 게 아니고
꽉 찼던 걸.
떨어져도 다칠 것 같지 않더라.
둘 다 들어갔는지
하나는 밖에 있었는지
둘 다 들어갔다가
하나는 남기를 원했는지
그렇게 얼마동안 엇갈렸다.
그러다가 다시 만나거든
하마터면...
하면서 웃어야지.
나 같지 않은 너를
미워할 것이라면
사랑할 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