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꽃철이라는데, 이런저런 축제도 준비했다는데
으앙 난 몰라, 비 오고 바람 불고 기온 급강하, 곳에 따라 눈 내리기도 한다니
주최 측과 상인들만 아니고 벼르다가 모처럼 나들이 나온 賞春客들도 속상했겠다.
벚꽃, 그게 멀리서 보면 구름 같고 좀 더 가서 보면 솜사탕 같고
무한 인내로 바람 잦아들기를 기다려 바들바들 떠는 꽃잎 근접촬영하고 나서는
“렌즈 참 좋다”는 소리나 들으니
카메라 챙겼다가 秀作 건지지 못했다고 투덜댈 것도 아니고
비바람과 함께 날리는 꽃잎의 群舞 속을 거닐다 왔으면 제대로 감상한 거네.
배, 매실 같은 것도 꽃 핀 수만큼 열매 거둘 것도 아니고
가지치기만으로는 안 되는 건지 꽃 훑기, 열매솎기로 줄여야만
알 굵고 때깔 고운 상품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니
줄이기, 버리기 그런 걸 잘하는 사람이 나중에 많이 챙기더라고.
바람이 분다고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라고 할 것 없네.
바람이 쓸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먼저 가져오는 게 있잖니?
봄도 바람이 데리고 온 건데?
{봄바람은 봄이 왔기에 따뜻해진 바람이 아니고 봄을 모셔오는 바람.
바람 어떻다고? 좋아.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팥알 같은 꽃들 떨어지고 잎 돋기 시작한 박태기나무, 응 잎이 하트形이잖아?
흠, 바람 불면 마음이 흔들린다.
정조준 안 된 채로 누르니 흐릿하네.
가까이 있는 마음이 덜 뚜렷하더라고.
間隔은 편리하다.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까지는 아니고
희미한 흉터를 찾아내지 못할 정도는 떨어져 있는 게 좋다는 얘기.
그러니 가망 없는‘하나 됨’을 도모할 게 아니고
좀 떨어진 채로 ‘우리’임에 안심하면 될 거라.
쪼그리고 근접 촬영하는 것 관두기로.
확대경 들고 있는 셜록 홈즈 같이 그게 뭐야?
입 맞춰주고 싶은 뺨을 좋은 렌즈로? 기생화산 분화구 같은 여드름 자국과 갈 숲 같은 털들.
챙기자면 하트형 잎들이 꽤 되더라고.
움 돋고 싹 트기 전에는 내 마음 나도 모르다가 시간 지나면 붉게 물들기도
세월의 시험을 통과하여 더욱 고운 마음이 드러나고
여린 마음 찢어지기도 하고
마음도 한 마음 아니어서 이런저런 마음들.
그 가운데 둘, 집합으로 치자면
너, 나, 너도 나도 아님, 그래서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됨.
목련 피었다고?
몇 학기 나가다가 그만 두었지만 계절 따라 바뀌던 꽃과 나뭇잎 좋았던 교정
진달래 피고 지고 목련 함빡 웃다가 와르르 무너지고 있겠다.
Catch the Wind (Joan & Mimi Ba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