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려(心慮) 1
예쁘지도 않은데 그늘만 만들고 오디가 떨어지니 지저분해져서
지난해에 뽕나무를 베어버렸다.
그루터기에서 가지들이 계속 솟으니 성가시다.
있을 자리가 아니었으니 베기는 했다만
늙어 꼴 보기 싫은 건 그렇게 치워야 하는지.
그루잠에 꾼 꿈에 웬 뽕나무는 나타나서...
백거이(白居易)의 '고상(枯桑)'을 옮긴다.
道傍老枯樹(도방노고수) 길가에 늙고 마른 나무
枯來非一朝(고래비일조) 하루아침에 마르게 되진 않았지
皮黃外尙活(피황외상활) 껍질은 누렇고 겉보기로는 아직 살아있으나
心黑中先焦(심흑중선초) 속은 검고 가운데가 먼저 타 들어간 걸
有似多憂者(유사다우자) 근심거리가 많았던 모양이지
非因外火燒(비인외화소) 밖의 불로 탄 건 아니구먼
젊은 나무에 마음 빼앗길 것 없고
늙은 나무라고 그냥 지나치지 말자.
죽어 가는 것들이 견딘 세월에 대해서
존경하는 눈빛으로 한참 쳐다보자.
오래 살기를 바랄 건 없다.
그는 장생의 비결을 구하는 이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요절보다야 장수가 낫겠지만, 그게 그거라고.
松樹千年朽(송수천년후) 소나무는 천년 살다 썩고
槿花一日歇(근화일일헐) 무궁화 꽃은 하루만에 지지만
畢竟共虛空(필경공허공) 필경에는 모두 공허하니
何須誇歲月(하수과세월) 어찌 세수 긴 것을 바라고 자랑하리
(......)
不如學無生(부여학무생) 무생을 배움만도 못하니
無生卽無滅(무생즉무멸) 무생이 바로 무멸일세
'증왕산인(贈王山人)'
무생? 아무렴 낳았는데 삶이 없다 하겠는가?
'살고자 함'이 없으면 사라짐을 두려워함도 없으리라는 뜻이겠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자극적으로 들리지만, 그렇지 않은가.
오늘이 무한정 긴 것도 아니고,
내일은 오지 않은 것이니 바랄 것도 없고,
얻게 되면 '새' '오늘'이고...
그러니, "언제까지..."를 염려함 없이
사는 동안 잘 살고
같이 있는 동안 사랑하고
더 바랄 것 없이
있는 대로 즐기고.
이 무삼 자다 일어나 봉창 뜯는 소리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