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려(心慮) 2

 

우물에 빠진 달을 길어
동이에 담아왔는데
기울여 붓다 보니 달은 어디 가고 없더라는 얘기
이규보(李奎報)의 '영정중월(詠井中月)'까지 끌어대지 않더라도
지금 내 기분이 그렇다니까


잘 놀기는 했는데
아 놀기만 한 건 아니고
뭐 하나 건진 줄 알았더니
아무 것도 없더라는


'오륙도'라던데
써줄 사람 있냐고 기웃거리면
행여 임자를 만나도
놀금으로 후려칠텐데
내 참~
꼴이 그렇다
반거들충이로 급제하지 못하고서
훈장인들 하겠는가
애옥살이에 아내 볼 얼굴 없고
혼일 치르지 못했으니
뭘 하긴 해야겠는데
되깍이 받아줄 절이 없네


어쩌지
그냥 그렇게 있을까

 

 

 

 


 

풀이할 것까지는 없고
왕유(王維)의 '조추산중작(早秋山中作)'을 옮긴다.
(흠, 내가 주제에 도연명이 관직을 도리어 늦게 벗었다고 웃어줄 때도 있었다는 얘기.)

 

    無才不敢累明時
    思向東溪守故籬
    不厭尙平婚嫁早
    卻嫌陶令去官遲
    草堂蛩響臨秋急
    山裏蟬聲薄暮悲
    寂寞柴門人不到
    空牀獨與白雲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