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옛생각 난다

 

기억은 힘이 있습니다. 
기억은 우리를 머무르게 합니다. 
우리 삶을 훼손하고 상처를 입힌 사건들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 흉터처럼 남아 우리를 과거에 묶어 두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성취와 성공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마치 훈장처럼 우리의 화려했던 날들을 상기시킵니다. 
그런데, 훈장은 바래고 동록(銅綠)이 나지 않습니까? 
또, 그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라는 삶의 상처들도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이다" 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기억이 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희망이 출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희망은 기억을 재구성하며 미래--아직 오지 않음--를 설계합니다. 
희망은 어제와 오늘의 무게를 덜어 주며 올날(來日)을 열어주는 힘입니다. 
희망은 기억보다도 힘이 더 셉니다.

 

 

 

 

 

사람들은 기억이 아니라 희망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기억이 사라져버리면 허전하겠지만, 희망이 사라지면 공포에 질리고 맙니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삶의 끝장입니다. 

그것은 개인에게서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습니까?  우리에게 꿈이 있습니까?  우리에게 비전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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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잘 했더랬다.
그런데, 자꾸 옛 생각이 난다.  그러면 갈 때가 다 된 거라고 하던데...

그냥 '아 가을인가'하자.  이런 때도 지나갈 것이고. 

 


개울. 
아낙들은 빨래하고 있고, 송사리 떼 흩기가 재미없어진 돌이는 벌러덩 자빠졌습니다. 
맨 자갈 위에 눕기가 따가워서 펼쳐 놓은 옥양목 빨래 위에 누웠습니다. 
"저런, 저런, 기껏 빨아놓았더니 저 녀석 하는 짓 좀 봐..."라는 '쯧쯧'거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굳이 내쫓겠다는 뜻은 아닌 듯 싶어서 그냥 그렇게 있다가 잠들었습니다. 
먼 산에 낮뻐꾸기가 나른한 울음을 울 때에 할 일 없는 사람들은 잠들면 되니까. 
어떤 이는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백 리"라고 했지만,
그건 땅거미 짙을 때의 느낌이고, 한낮에야 저묾을 예상할 필요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