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하늘

 

자지구름장이 곱다.
참 오랜만에 본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박목월, '나그네')이라는 말만 듣고도
"어쩌면..." 그랬다.

 

 


 

 

영랑.
치안대원 같은 이들은 그에게 "그 어려운 시절에 당신은 뭘 했소?"라고 그러겠지만,
그런 말들 나중사람들이 기억하게 한 공로도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
어쩜 그런 말들이 다 있냐?

 


    내 가슴 속에 가늘한 내음
    애끈히 떠도는 내음
    저녁 해 고요히 지는 제
    머언 산(山) 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오! 그 수심 뜬 보랏빛
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
한 이를 정열에 정열에 뚝뚝 떨어진 모란의
깃든 향취가 이 가슴 놓고 갔을 줄이야.
얼결에 여흰 봄 흐르는 마음
헛되이 찾으려 허덕이는 날
뻘 우에 처얼석 갯물이 놓이듯
얼컥 니이는 훗근한 내음

 

아 ! 훗근한 내음 내키다 마아는
서어한 가슴에 그늘이 도오나니
수심 뜨고 애끈하고 고요하기
산 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랏빛

 

(김영랑, '가늘한 내음')

 

 

 

 

 

 가시만 생각하면 입안에 신 침이 고이지만,
박용래는 '엉겅퀴'를 두고 그랬다.


    기운 피곤이 보랏빛 흥분이 되어
    슬리는 저 능선

 

 

           

 

             

 

자운영(紫雲英), 참 고운 이름이다.


 

빛깔에 마음 빼앗기지 말아야 할텐데,
아직 멀었구나.
새삼 설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