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씀의 덧없음

 

완전을 추구하지 않는 예술가는 없다.
완전을 성취한 예술가는 없다.
실패한 예술가는 없다.


너와 나 우리 모두
예술가로 여기면서 하는 말이니까
직업이 예술인 사람이라고 화낼 것 없고
"내가 뭔 예술가?" 라고 놀랄 것 없고
그저 산다는 게 뭔가 만드는 작업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니까
귀담아들을 것도 아니고
흘려들어도 할 수 없는 얘긴 줄로나 여기셔.

 

                                                

 

맹하게 생긴 새 한 마리가 산책길에 날 따라온다.
첨이 아냐, 벌써 여러 날 그랬다.
프랜시스 성인 같지도 않고 새에게 설교할 것도 아닌데,
뭘 알아듣는가 실험하고 싶었다.
자리를 정하고 앉자 내 앞으로 와서 빤히 쳐다본다.
그러자 멀리서 눈치만 보고 있던 오리들이 상륙을 감행한다.
뭘 얻어먹는 줄 알고.
잘못 짚은 거야.  난 안 줘.
너희들 먹을 것은 물에서 찾아야 돼.


에헴, 예술가는 최선을 다해야하지만
힘들여서도 안 되거든.  Effortlessly.  그래야 우아하다고.
그러니까 보자, 너희들이 헤엄칠 때...
물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갈퀴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 녀석들이 성난 표정으로 투덜대고는 뒤뚱거리며 돌아간다.
아니, 고놈까지 묻혀서 사라졌구나.

 

 


 

 

너희들 볼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눈 내리는 겨울이 있는 데로 간다고.

 
아 너희들 떠난 자리에 비린내가 남았구나.


그래, 첫눈은 물비린내 같은 것으로 다가오더라.
그때 그 토할 것 같은 기분 견뎌내면
아 창포 냄새
창포로 씻은 살 냄새.


참 엄청나게 내렸더랬지.
길 낸다고 가래질하고
돌아오면 다시 쌓여있고 그랬다.
에고, 무슨 '시지프스의 신화'까지 들먹일 건 없지만
애씀의 덧없음 때문에 약이 올라
눈물이 핑 돌곤 그랬다.

 

 

           


 

 

낭비한 대리석이 얼마나 될까
난 돌 속에 갇힌 이미지를 구출하지 못하고
쪼아내면서 다 죽여버렸다.

 

 

                                                          (미켈란젤로, '다비드' 상의 부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이라 하지는 말자.
그 동안 잘 뛰었으니까.
꼭 잡겠다는 게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