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1
공공장소에서 무차별 테러가 간단(間斷)없이 자행(恣行)되고
걸핏하면 분노 해결을 총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미국은 좋은 나라?
한국은?
그럼 어디는?
이 세상에 참 평화 없네.
라틴어 ‘pax’는 사회적-공공생활의- 무질서에서 벗어난 상태를 뜻했는데, 그게 평화?
그럼 철권통치와 압제로 저항을 허용하지 않는 상태도 평화?
사회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폭력, 전쟁, 빈곤,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고
정의와 평등이 보장된 환경에서 fair play로 즐기며 산다면 태평성대(太平聖代)라 하겠다.
공공질서와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좋은 인적 관계망 속에서 사는 것도 평화라고 하겠다.
각 나라에서 흔히 쓰는 인사말은 대부분 호의로 그런 평화를 기원하는 말이다.
Shalom이라는 히브리어, As-salam alaykum이라는 아랍어, 아 우리말 ‘안녕’이 제일 좋은 예이겠다.
이른 새벽에 걸려온 전화, Canada 사는 큰누님 번호가 찍히는데
아, 이제는 연세가 있어서... 응 이 시간에 웬일로?
-괜찮니?
-아니, 뭐가요?
-거기 비료공장 폭발한 데가 너희 집에서 멀어?
(속으로) 아하 참, 큰 나라 살면서 거리 감각이... 서울-부산보다 더 떨어졌겠구먼.
1993년 Waco, Texas 근처에 있는 Branch Davidian 종파를 50일간 둘러싸고 있다가
연방 기관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76명이 사망했다.
일부에서는 과잉진압으로 인하여 어린이를 포함한 대부분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대학살’이라고 부른다.
그때가 4월 19일.
4.19라고 하면 60대 이상이라면 어제 일처럼 기억하겠네.
그날 다니던 학교가 경무대 근처이어서 총성을 들으며 수업하다가 조기 귀가하게 되었는데...
신촌 쪽으로 가자면 중앙청 앞을 거쳐야 했는데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해운공사 앞을 바라보며 광화문까지 갈 수 있었다.
신문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이기붕 씨 집 앞에서 경찰과 데모대가 대치중이었다.
중과부적의 경찰은 ‘쪼그려 쏴’ 자세로 소총(M1 carbine)을 겨눈 채 당시에는 공포탄만 사용했다.
어떻게 그럭저럭 그곳을 벗어났는데, 그 후에 거기서도 총격으로 인한 사상자가 있었다.
같은 4.19라 나도 기억하며 “흠 20년이 되었구나” 했는데, 반테러당국에서 감지한 게 없을까?
Waco 사태 2년 후, 그러니까 1995년 4월 19일에 Oklahoma City에서 폭발물 테러로
168명이 죽고 680명이 부상, 325개 빌딩이 파손되는 재앙(災殃)이 발생했다.
왜 이런 얘기 길게 하느냐 하면, 그때 사용된 폭탄이 비료로 만들어졌거든.
그러니까... Waco 근처 마을 복판에 있는 비료공장, 4.19 임박, 뭐 그런 시나리오를 연상할 수?
{단순화재인지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나흘 전 Boston Marathon에서 있었던 일...
아 뭐라 할 말이 없다.
비교해서 좋은 곳을 택한 것은 아니다.
가진 것 없는 은퇴자가 살기로는 너무 팍팍한 동네라서 ‘도리 없이’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늘 돌아보는 나라, 응 사는 사람들은 전쟁 위협에 무덤덤하네?
떨어져 사는 이들이 걱정하고.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마음에 안 들어도 잘하시라고 기원하는데...
좀.. 그렇다.
어디 뭐 좋은 세상 있겠나?
그래도 오늘 보스턴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예배, 시민들 사기 진작을 위한 행사 중계를 보면서
그래, 좋은 나라다.
한국?
좋은 나라이고말고.
들여다보면 벌레투성이, 그래도 그 벌레들과 꽃이 주고받는 것이 있을 것이다.
흠 없는 꽃 없지만, 꽃은 꽃, 여럿이 모여 꽃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