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Sunday 12

 

수도자도 아니면서 마냥 숨어살기도 미안하고
궁곡(窮谷)이 어디 따로 있어 유거(幽居)를 즐기겠나
그저 땀흘리지 않는 게 부끄럽고
영향력 없이 살다가 그 분 앞에 서는 게 두려워서
가두진출(街頭進出)을 감행했다.
내켜서라기보다 그래야 할 것 같아서였는데
후회막급(後悔莫及)이다.

 

밭뙈기랄 것도 없는 텃밭농사에
그래도 생명이 나누는 생명을 거둔 것이 장해서
들고나와 자리를 폈다.
목판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거들떠보는 사람은 없다.
거저 받았다고 버리지 않을 사람 찾지 못한 채
날이 저물어간다.

 

경쟁심이니 열등감이니 질투니 억울함이니
평소에 경멸하던 감정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속도가
퇴근길의 걸음만큼이나 빠르다.

 

꼴이 이러니까
붉은 네온으로 표시한 곳 찾아가기도 뭐해서
거기 그냥 좀 남아있기로 했다.
눈여겨보아도 내가 누군 줄 모르도록 
아주 어두워질 때까지.

 

 

 

 

그러자 말씀이 있었다.

 

 

             

 

 

나돌아다니는 건
볼일 보자는 거지
너 봐달라는 것 아닌데
눈 마주친 사람 수 셀 이유 없다.

 

원망이 섞였다고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감사함이 없으면 사랑함도 아닐 테니
사랑을 고백하기 전에
머리 조아리며 "고맙습니다"를 만 번만 읊어라.
은결듦이 치유되면
그때 네게 자유함이 있으리라.

 

사랑한다는 말이
한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옭음이 아니니까
사랑한다고 그랬는데도 떠난 사람을 축복하고
그의 자유를 기뻐하면 네 자유를 즐기게 되리라.

    

진리를 알면 진리가 사람을 놓아준다고 그랬지?

 

아는 게 뭔데? 
먹는 것이지.  먹어 내 안에 넣음이지.
그같이 사는 것이지.
그와 같이 사는 것이지.

 

같이 살면 매이지 않게 된다.
떨어져 있으니까
그리워하고
오지 않을 편지를 기다리고
지금쯤 다시 졸라도 될까를 궁리하고
자잘한 꼼수로 대세를 반전시키며
매고 매임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려고 하는데
네 안에 나 있고 내 안에 너 있는데
무슨 너 나가 있겠냐고.

 

내가 길이라고 한 분이 있으면
같이 가면 되겠네.
길을 찾기는?
같이 가면 길인데.
그러니 다른 데 가리키며
그건 길 아니다 할 것 없고
가는 데가 길인 줄 알면 되겠네.

 

이럴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들면은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가라는 생각으로 재어보아라.

 

 

 

 

말씀을 받았으니...

 

비원(秘苑) 심처(深處)에서 독대(獨對)를 허락하셨는데
빛이신 당신을 바로 보지 못하겠습니다.
너무 짙은 향기로 어지럽습니다.
사시랑이로는 강한 바람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불의 열기로 다가오시니 그 뜨거움을 어쩌겠습니까.

 

            

 

 

사랑은 그렇게 터무니없는 거지요.
사랑은 그렇게 과도한 거지요.
당신은 그런 사랑이시지요.
저항할 수 없는 힘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