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Sunday 13
"그만 가신다기에..."
그러면서들 모였다.
오랜만에 열고 들어가는데 초콜릿 냄새 같은 게 났다.
누가 미리 닦았나 먼지도 없네.
여러 달만에 강단에 섰다.
마른 강(와디) 같지요?
물 지나간 흔적도 없지만
한 번 쏟아지면 기세 좋게 흘러간다고.
그렇게 나아가면서 적십시다.
메마른 땅을 축입시다.
버림받은 땅이 아니라고
거기서나 살게 된 생물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읍시다.
그럼 우리가 먼저...
숨을 내쉰 분을 바라보면서 들이쉬세요.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그 영광 찬란해.
내 영혼에 희락이 있고 큰 소망 넘치네.
돌아가면서 기도했다.
큰 병에 걸린 이를 생명의 주인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회복시켜주시기를,
지지리 못사는 우리들 형편이 좀 풀리게 해달라고,
떠나는 이의 건강을 빌고
다시 모여 아름다운 마을 이루어 살자고 그랬다.
노래 불렀다.
우리 마음을 묶은 끈은 복스럽기도 하지.
When we asunder part,
It gives us inward pain;
But we shall still be joined in heart,
And hope to meet again. (찬 525)
아무도 울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저수지에 고인 물은 엄청난 수량을 자랑하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그 부끄럽고 괴로워하는 바닥이 드러나고 맙니다.
옹달샘은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가물 때에도 퐁퐁 솟습니다.
기쁨이나 감사가 꼭 야단스러운 표현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그것은 지키지 못할 것도 아니고
억지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내 맘에 솟는 영생수 한없이 흐르니
목마름 다시 없으며 늘 평안하도다.
아직도 기렛파시라는 말 쓰는 이는 없지요?
끄트러기, 자투리, 동강이라고 그러면 돼요.
(아시나? 제 호가 동강이라고.)
문을 열린 채로 잡아두려고 쐐기를 끼웠지요?
그게 그렇게 생겨먹은 자투리라 쓰임 받은 거라고요.
말이야 바르지 당신 뭐 별 볼 일 없네.
아녀요, 꼭 필요한 데로 투입될 겁니다.
그렇게 당신을 사용하실 겁니다.
으레 그랬듯이
잘 때려먹었다.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온도, 습도, 바람, 햇볕.
휘어져 부러지게 된 가지에서 배를 땄다.
열 접도 넘겠네.
아욱, 고추 등 밭을 정리하고
노드매기로 챙겨 가는 보따리들이 불룩하다.
짐승들에게도 일일이 인사했다.
한참 있다나 올 텐데 뭐 담에 보면 알아나보겠어?
그때까지 거기 있기나 하겠는지...
그리고 마른풀, 갈대여
어찌하여 덧없음의 상징이 되었는고?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홀가분한 존재의 가벼움
성성한 백발이 더욱 빛나는
저 꼿꼿한 노후(老後)여!
(임영조, '갈대는 배후가 없다')
잘들 있거라.
넌 다시 못 볼 것 같다만
네 자식들에게 일러둬라.
찾아올 이가 있을 거라고.
그래 이제 떠날 때가 되었구나.
첫날부터 이제까지(빌 1: 5)!
이전에 어떻게 돌보셨는지는
오목새김으로 심비(心碑)에 적혔지요?
이후에도 "내 앞에 험산 준령(險山峻嶺) 당할 때에 도우소서" 라는 소망은
이마에 돋을새김으로 드러내자고요.
당신들이 나를 끝까지 돌보아주었다.
당신들은 여럿이 목자가 되어 나 하나를 지켜주었다.
고마워라.
Shalom!
Adiu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