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Rose of Summer

 

마지막 날
정원을 돌아본다.


왜 떠날 때 되어서야 야단일까...
간다고 그러니까 bluff인 줄 알았어?


오는 길에 피면 좋겠는데
가는 길이다.


지금 핀 뜻은...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듸
자시난 창(窓) 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에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가릴 것도 없다,
다 고운 걸.
아니다, 그대 손으로 고른 것이니까.

 

 

     

 


몇 일 따뜻하긴 했다.
그래도 입동이 지났는데...
웬 난리?  꽃 사태 났다. 


이름을 Impatiens라 했지만
참지 못한 건 나였다.
한여름 힘들어할 때
물 받아먹고 빌빌거린다고 야단쳤지.
그래도 가기 전에
그런 활짝 웃음으로 인사하는구나.
정말 미안해.

 

 

              

 

 

장미. 
다 다르니까 그냥 장미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지만...


흐드러졌구나 담장미가 막 쏟아진다.
지난주엔 노랑장미가 색소를 다 토해냈고,
그래, 내 사랑 보라...  오늘 몇 송이를 더하겠구나.
자태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은가
숨겨둔 한 수처럼 발하는 향기
내 마음 저미지만...
이젠 늦은 것 같아.

 

 


 

장미가 지고서야 지나간 아름다움을 찾는다고
섭섭하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이시렴 부디 갈다?

그렇게 두고 오는 게 아니었다고

나도 이내 후회하겠지만...

좀 일찍 잡지 그랬어?

 

 

                    


 

마음의 때를 맞추지 못해
그렇게 늘 서운해하며 사는가보다.


그런데 말이지...
그렇게 자꾸 필 것이면
뭘 두고 마지막 장미라고 할 것인가.
여름은 갔는데
장미가 계속 핀다면...

 

 

                                                           


 

바람이 세차진다.
내 알지, 내일엔 큰바람 지나갈 줄.
그래도 남는 게 좀 있겠지만
빛 바랜 다음.
가꾸는 이 없어서가 아니고
(자라는 건 제 할 일이니까)
봐주는 이 없으면 그래.

 

 

                                                                                       

 


(이제 와서 밝히기는 좀 그런데...
서로 견디면서
애써 참으면서
존재를 즐기지 못했던 것
속으로는 그게 아니었는데
표현하지 못했던 것
내가 그만큼 아끼는 데도
왜 빨리 피지 않냐며 타박한 것
용서를 구하기에 늦은 줄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