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세류(風前細柳) 1
그게 어느 문인이 말 한번 잘못했다가 패가망신한 적이 있으니까
결국 그래서 화병으로 돌아가신 거나 마찬가지니까
조심스럽긴 하다.
그게 무슨 전체를 아울러 지칭하는 집합명사도 아닌데
저희들은 다 송죽대절(松竹大節)인 줄 알면서 하는 말이니
아니꼽고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다 생각 나름인데
난 그 말 괜찮더라.
꺾이되 휘지 않는다?
그거 웃기는 말이구나.
꺾이지도 말아야지.
그러면 뽑히던데.
그래서 이바지하는 것도 없고.
그 대나무도 낭창거리던 걸.
그러니 흔들림이 없다고 절개를 말할 건 아니고
눈 속에서도 푸르다?
뭐 그런 종자니까
그리고 그것도 옛 잎이 늘 푸른 건 아니니까.
난 늘 흔들려.
낭창낭창, 하늘하늘, 한들한들, 근들근들, 펄럭펄럭, 출렁출렁
너풀거리고, 너울거리고, 넘실대고, 흔들거리고, 휘청거리고
넘어질 것 같고, 부러질 것 같고
그렇게 살았어.
뭐가 부끄럽다고...
살았어.
무릇 산 것은 다 그렇지 않던가
여리고 부드럽고 약하고
흔들리더라
휘청거리더라
휘더라.
흔들림이 좋다는 것도 아니고
흔들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일단 흔들려야
흔들림은 멈춰지는 것.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바람을 탓할 일이지
갈대의 잘못이겠느냐.
바람 이길 장사 없고
바람과 다툴 것도 아니니까
바람벽도 아니면서
바람을 막을 일도 없으니까
힘으로 힘을 제압하겠다?
꿈도 꾸지 말라고.
내맡기자.
받아들이자.
힘들어지면
조금 비틀어
흩어버리자.
지나가게 하자.
흐름 때문에
흔들리거든
편안히 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