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2
구름
구름은 물을 머금고 바람에 밀려가다가
무겁고 힘들어 더 못가겠다고 그러며 비를 뿌린다.
그렇게 자기를 비우고 형체가 사라지는데
그러면 없어진 것인가?
하늘에서 날다가 땅에서 흐르게 된 것이다.
“그때 그 구름!”을 주문하면 할 말 없네.될 법한 얘기라야 말이지.
오는 구름 다를 것도 없으니까 맞아들이게.
가벼울 때는 다 예쁜 구름.
때 되면 흘리고
홀가분해지면 갠 하늘 햇볕 쨍.
“울지 마!” 할 게 아니고 “울고 나면 풀릴 거야.”로.
{구름 한 점 없는 날 더러 있는데 그러면 하늘이 하늘같지 않더라.
하늘은 그 하늘이겠지 하늘이 변하는 건 아니지만
늘 같은 모습으로 있을 수는 없지. }
Mexican Primrose
Bluebonnet가 “나 이제 씨 맺게 되어서...” 그러고 푸름을 감출 때쯤이면
벌판에는 분홍빛 꽃들이 들어찬다.
낮에 피니까 달맞이꽃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
생기긴 그렇게 생겼지만 evening primrose는 아니니까, 또 노랑도 아닌 분홍, 해서
Mexican primrose라고나 부를까? 그렇게 된 것.
꽃이나 푸나무 이름 앞에 ‘Mexican’이 붙으면 좀 깔보는 듯한
개망초, 개살구, 개꽃 그런 이름에 붙은 prefix(접두사)처럼
“왜 있지? 짜가랄 건 아니어도 격이 떨어지는 것, 비슷하지만 아닌 것, 되려다 만 것 말이야.”
다분히 그런 정조(shade of meaning)로 쓰이는 셈인데
Mexican은 American과 달라서 Mexican이지 비교하여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
한국에서는 낮달맞이꽃, 분홍달맞이꽃, 두메달맞이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던가, 곱기만 하네.
그게 건땅에서는 잘 안 되더라고.
{왜 부엽토랑 거름 많이 준 화단에 한련(활련)을 심으면 잎만 무성하지 꽃이 많이 피지 않잖아?}
비료 뿌린 적이 없는 잘 가꾸지 않은 잔디밭 여기저기에서 어느 날 우르르 나서기도 하지만
도로변 같이 아주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잘 큰다.
크면 얼마나 자라는데?
꽃 지고 나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더라고.
어디 갔나, 다 죽었나 하면 이듬해 봄 제 차례가 되면 분홍 꽃띠로 세상 밝히더라고.
심지 않았어도, 돌보지 않아도 저 혼자 피어나고
작물들 못살게 굴지 않고 제 때를 알고 가더라고.
질겨.
구차하지는 않고.
Boston Marathon
CNN처럼 뉴스 전문 매체에 거리가 없을까봐 터진 건 아니거든.
시사 해설할 것도 아니니까 미디어에서 꿔온 얘기들 저 혼자 아는 듯 늘어놓을 건 아닌데
Martin이 눈에 밟혀서...
“아빠 들어오실 때가 됐는데...”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 그만...
어머니와 동생은 중태.
뭐니?
이게 뭐냐고, 이래야 하냐고?
개미
풀밭에 몇 발 안 디뎠는데 그새 개미가 붙었나 보다.
아얏! 하자마자 가렵다. 팔에 세 군데 물렸는데 부풀어 오른다.
딱 한 마리, 운전하면서도 용케 발견해서 잡았다.
집에 돌아와서 한참 됐는데, 응 이게 뭐야?
극적극적, 배와 허벅지에 TB 양성반응처럼 벌겋게, 백동전 사이즈만한 물린 자국.
{아휴, 하마터면...}
일부러 영토를 침입한 것은 아니나 개미는 제 종족이 사는 곳을 지키려고 했을 것이다.
“내 한 몸 바쳐...”로 공격했을 것이다. Jihad?
모든 폭력에 나름 정당화의 이유를 대겠지만
무고한 희생으로 앙갚음하거나 대량살상으로 공존 환경 전체를 파괴하는 테러리즘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뇌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공멸 바이러스를 심는 사탄 같은 존재가 있는 걸까?
방역 일꾼들이 늘어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