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서 (1)

 

툭 던지듯 내려놓은 컵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려고 하면

“또!” 그런다.

빨대가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느냐는 질책.

남의 입술이 닿은 자리라서.

그러기로 하자면

그 옛날 제대로 헹구지도 않은 이 빠진 보시기로

막걸리 마시며 잔 돌릴 때는 어땠으며,

요즘 깨끗한 식당이라도 그렇지

일회용 종이접시가 아니라면

다 남이 사용한 것 닦아서 내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도구 활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칼과 삼지창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

그냥 손으로 실례할 때가 많다.


직립원인이긴 하지만 아직 손을 자유자재로 놀리지 못하던 때라

영장류라도 물을 마시자면 엎드려 입을 대고 핥았다고 그런다.

 

왜 그럴까?

나도 엎드려 마시고 싶다.

내 얼굴 보자는 게 아니고

오체투지(五體投地)랄 것도 아니지만

그냥 숙여 무릎 꿇고 싶다.


손으로 떠 마시지 않더라도

그래서 기드온의 300명 용사에 뽑히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핥고 빨고 싶다.

 

 

   

                   (이미지는 daum.net에서 가져옴.)


 

Homo habilis 라잖아?

손대지 않더라도

엎드리자면 손을 사용해야 하니까

손을 시시하게 여길 수는 없는 노릇.

일어나 돌아다니자면

발뿐만 아니라 손도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다니자면

먼저 축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