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사랑
내가 떠난 다음에도
장미가 몇 송이 더 피었다는 소식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 코 아래 땅만 봤는데
내려와서 돌아보니 그 산 참 잘 생겼더라
괜찮으니까 올라가고픈 마음 생겼겠지만
그때는 어떤지 모르면서 좋다고 그랬던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전쟁 때야 슬퍼할 틈이 있겠는가
포화가 멎고 나면 살아남음이 억울해서 입술 깨물게 되더라
듣는 이 없음을 확인하고
외친다
이제 시작이다
시들고도 매달려 있는 꼴이 치사해서
그만 두자고 그랬다
조개모락(朝開暮落)이라면 낫겠네
조개모위(朝開暮萎)여서 부끄러웠던 거야
“松樹千年終是朽 槿花一日自爲榮(송수천년종시후 근화일일자위영)” 이라잖아
길든지 짧든지 다 하루를 사는 거니까
조생모사(朝生暮死)라 탄식하지 말고
날마다 새 꽃 닮을 감사하며
일신지미(日新之美)를 기뻐하면 되겠다
지는 꽃 하나 때문에
희망이 다한 줄로 여길 것 없고
바로 그 자리에서
사랑은 새로 피더라는 얘기